‘반의 반 토막’ 난 아파트 분양…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건설업계

입력 2023-03-0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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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국 아파트 실제 분양 물량이 계획량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달 역시 지난해 계획량의 3분의 1 정도만 분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금리에 부동산시장 침체로 청약 한파가 이어지자 건설사들이 대거 분양을 미룬 탓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데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분양가를 내리기도 힘들어 지면서 건설업계가 분양을 놓고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1일 본지가 부동산R114에 의뢰해 받은 지난달 분양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실제 분양 물량(2월 27일 기준)은 5880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2월 22일 기준) 조사 당시 물량은 2만6500가구에 달했지만, 목표치의 22.2% 수준만 실제 청약을 진행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지방의 분양 가뭄이 수도권보다 심했다. 지방의 지난달 분양 물량은 2400가구로 예정량(1만7812가구)의 13.5%에 불과했다. 수도권도 3480가구가 청약받아 계획물량인 8688가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0.1%에 그쳤다.

전국 17개 지자체 가운데 서울과 대전, 대구, 세종, 울산, 강원, 경북, 전남, 전북, 충남, 제주 등 11곳은 단 한 가구도 분양 물량이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말 계획보다 분양 물량이 늘어난 곳은 인천(기존 625가구→1146가구)과 충북(0가구→715가구) 등 두 곳에 불과했다.

분양 기근은 이달에도 계속된다. 3월 분양 물량은 지난해 말 기준 계획량의 3분의 2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분양 계획물량은 2만2818가구로 지난해 말 계획한 3만2059가구의 71.2%만 공급될 예정이다. 수도권은 1만1384가구, 지방은 1만1434가구를 분양할 예정으로 이는 각각 지난해 말 계획물량의 58.1%와 91.7% 수준에 해당한다. 이마저도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분양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시장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서울이나 일부 수도권 제외하면 분양시장이 죽었다고 보고 있다. 다른 건설사도 특히 지방은 앞으로도 분양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대비 뚝 떨어졌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0.3대 1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경쟁률(12.6대 1)과 비교하면 약 98% 급감했다.

여기에 분양가 상승과 미분양 물량 적체로 청약시장이 더 침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금리로 집 사기를 망설이는 수요자가 늘고 있는데, 건설사는 건축비 인상에 따른 추가 분양가 인상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청약 경쟁률 하락은 기정사실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비를 포함한 물가가 오르면 분양가도 올려받는 게 맞지만, 마냥 더 받을 수도 없다”며 “특히 정비사업장에선 조합은 분양가를 더 받으려고 하고, 정부는 인하하려고 해 가운데 낀 건설사는 눈치만 본다”고 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이달 1일부터 분양가상한제 단지에 적용하는 기본형건축비를 반년 만에 2.05% 인상했다. 지난해에만 6.7% 인상한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 초 대비 총 9%가량 오른 셈이다. 여기에 국토부가 집계한 미분양 주택은 지난달 전국 기준 7만5359가구로 전월 대비 10.6% 늘었다.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정한 6만2000가구를 1만 가구 이상 넘긴 규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건설사는 분양가 상승과 미분양 적체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분양 딜레마’에 빠졌다고 본다”며 “건설사는 재건축 사업장 등 반드시 분양을 진행해야 하는 사업지에선 예정대로 사업을 추진하되, 그 외 사업장에선 분양 일정을 멈추고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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