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숨통 서서히 끊는 서방의 제재 약발

입력 2023-02-2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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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스턴에서 26일(현지시간) 열린 우크라이나 지지 집회에 한 참가자가 미국과 우크라이나 국기를 가방에 매달고 있다. 보스턴/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서방의 대러 제재 효과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방이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제재를 쏟아냈음에도 러시아 경제가 나름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 때문이다. 그러나 서방의 대러 제재는 러시아 경제를 옥죄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압박하는 중요한 전략임이 분명하다고 최근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이 분석했다.

작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서방 사회는 발빠르게 대러 제재에 착수했다. 러시아 대형 은행들을 서방 주도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 퇴출시켰고,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를 동결시켰다. 그 여파로 현금을 찾으려는 러시아인들이 은행 앞에 장사진을 쳤고, 러시아 증시와 환율이 줄줄이 붕괴됐다.

서방의 대러 투자 금지와 가격상한제가 맞물리면서 러시아 정부의 에너지 수입도 감소했다. 러시아 기업들이 서방 기술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경제는 물론 국방력도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이후 러시아는 아시아로 에너지 수출 판로를 변경해 계속 수입을 늘렸다. 루블 가치도 회복되면서 환율은 전쟁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3%로 제시하기까지 했다. 영국과 독일보다 높은 수준이다. 러시아 경제가 서방 제재를 뚫고 선방하자 제재 무용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러시아인들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에서 열린 전쟁 반대 시위에 참석했다. 멕시코시티/AFP연합뉴스
애틀랜틱카운슬은 이 같은 비판에도 서방의 대러 제재가 분명한 효과를 냈으며 파급력이 더 세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방이 러시아 원유 수입을 중단하고 주요 7개국(G7)이 가격상한제를 도입하면서 러시아 세입은 대폭 감소했다. 지난해 원유와 가스를 포함하지 않은 세수입은 예상보다 20%나 낮았다. 돈벌이가 시원찮고 서방 기업마저 철수하면서 러시아 경제와 소비력 역시 타격을 입었다. 작년 자동차 판매는 전년 대비 50%이상 급감했다.

러시아 정부는 위축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대규모 지출에 나섰다. 러시아가 국부펀드를 동원해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러시아 경제는 이미 밑빠진 독에 물붓기와 같다고 애틀랜틱카운슬은 평가했다. 경제 타격은 푸틴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동원하는 데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서방 제재가 러시아 군사력 약화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러시아는 필수 부품 수입을 못해 전투기와 탱크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세탁기와 유축기용 반도체를 군사용으로 변경해 사용하고 있고, 드론과 다른 군사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북한과 이란에 손을 내미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서방 제재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승리 혹은 러시아의 정권 교체를 보장하지는 못하지만, 러시아의 군사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내는 것은 분명하다는 설명이다. 월리 아데예모 미국 재무부 차관은 “러시아가 중국에서 수입하는 반도체의 40%가 불량”이라고 지적했다.

서방사회가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아 더 가혹한 대러 제재를 예고한 만큼 러시아의 경제 붕괴와 고립은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사회는 은행, 에너지 기업, 올리가르히(신흥 재벌)을 추가로 겨냥하고 있고 기존 제재 우회 세력도 옥죈다는 방침이다.

애틀랜틱카운슬은 서방사회의 대러 제재 여력은 충분하다고 평가한다. 지금까지 러시아에 부과된 제재는 이란과 북한과 비교하면 7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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