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줄줄이 내린다던데......영끌족은 여전히 '비명'

입력 2023-03-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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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호 기자 hyunho@)
“은행에서 대출금리 내린다 해서 숨통이 트이나 했는데 이자가 떨어지지 않네요. 대환대출까지 알아보고 있는데 금리가 크게 차이나지 않아 금리인하가 체감되지 않습니다.” (A은행 신용대출자)

기준금리 동결로 대출금리가 내릴 것이라는 영끌족들의 기대감이 꺾이고 있다. 채권가격이 흔들리면서 시장 금리가 올랐고,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혼합형(5년 고정→변동) 금리는 4.41~5.81%로, 지난달 17일 기준 4.20~6.17%보다 올랐다. 신용대출(6개월 변동금리) 금리 또한 27일 기준 5.352~6.68%로, 17일(5.267~6.38%)보다 올랐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신규 취급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3개월 만에 3%대로 하락했지만, 금리는 소폭 상승했다. 코픽스는 은행들이 예·적금, 은행채 발행 등으로 자금을 끌어오는 데 들인 비용이 반영된다. 다만 한 달 전 시장 상황이 후 반영돼 반영까지 시간이 걸린다.

대출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건 시장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대출금리는 시장 금리에 은행이 자체 책정한 가산금리를 더한 뒤 신용등급별 우대금리를 빼서 정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담대 혼합형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AAA등급) 5년물은 3일 3.89%에서 24일 4.25%로, 신용대출 준거 금리인 은행채 6개월물은 3일 3.53%에서 24일 3.75%로 올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3일 ‘금융 상황 점검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됐으나 최근 국제금융시장 여건에 따라 시장 금리가 추가 상승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도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되면서 한미 간 금리 격차를 더 벌려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번 동결의 의미가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금융권은 한은이 이번엔 경기 둔화 때문에 금리를 동결했지만, 미국과의 금리 차이를 고려해 조만간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이 가산금리를 낮춰 대출금리를 인하했지만, 적용대상이 대부분 신규 차주로 체감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신용대출 금리를 최대 0.70%포인트(p) 인하했고, 우리은행도 우대금리를 높여 대출금리를 인하했다. KB국민은행은 28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최대 0.55%p 낮춘다.

은행 관계자는 “기존 주담대 고객의 경우엔 금리 인하를 체감하려면 올해 하반기는 돼야 한다”라면서 “신용대출도 신규 계약을 하려면 1년 단위로 만기를 연장해야 하므로 당장 금리 인하를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고금리로 은행권의 대출 연체율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우리·NH농협, 신한은행 제외)의 지난 1월 신규 연체율 평균은 0.09%로 집계됐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 신규 연체율(0.04%)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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