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정순신 신임 국수본부장, 부정여론과 사퇴압박에 지원 철회

입력 2023-02-2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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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신 변호사. (연합뉴스)

신임 국가수사본부장(국수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가 자녀의 학교폭력 사건 논란에 사의를 표명했다. 학교폭력 논란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정치권의 사태 압박에 지원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정 변호사는 25일 입장문을 내고 "이러한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국가수사본부장 지원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들 문제로 송구하고 피해자와 그 부모님께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한다"며 "가족 모두 두고두고 반성하면서 살겠다"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아직 임기를 시작하지 않아 국수본부장 공모 지원을 철회하는 방식으로 사의를 전했다.

앞서 정 변호사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국수본부장에 임명됐다. 그러나 아들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동급생에게 지속적인 언어폭력을 행사해 전학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2017년 한 유명 자립형 사립고에 다니던 중 기숙사 같은 방 동급생에게 8달 동안 언어폭력을 가해 이듬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재재심을 거쳐 전학 처분을 받았다. 정 변호사 측은 처분이 지나치다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학교의 조치가 부당하지 않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변호사 측은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심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상고를 이어갔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피해 학생은 정신적 고통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정상적인 학업 생활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정 변호사는 "피해 학생과 부모님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비판 여론에 정치권의 사퇴 압박이 더해지면서 결국 지원 철회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정 변호사의 사퇴를 촉구했다. 천 후보는 이날 SNS를 통해 "학교폭력 자체도 부적절하지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처분에 불복해 수차례 소송을 내고 모두 패소한 것은 더 큰 문제"라며 "아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을 면하게 하려고 검사 출신 법조인이라는 지위를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곽상도 전 의원, 조국 전 장관 사건에서 국민께 큰 박탈감을 드렸던 '아빠 찬스' 악몽이 되살아난다"고 꼬집었다.

야당도 공세를 이어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교육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들과 주말을 거쳐 상의할 예정"이라며 "필요하다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학교폭력 관련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각종 커뮤니티에서 엄청난 분노와 항의가 쏟아진다"라며 "왜 국민들이 (학교폭력 TV 드라마)'더글로리'에 열광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 고위직, 더구나 법무부 장관ㆍ검찰총장과 연수원 동기의 자녀가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렸는데도 아버지의 권력으로 상황이 무마된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로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인사검증 과정에서 자녀 학교폭력 사건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앞서 윤 청장은 수사 전문성 등을 인정해 정 변호사를 국수본부장 후보에 추천한 바 있다.

이날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윤석열 정부 인사 참사의 끝은 어디인가"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파렴치한 사람을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자리에 임명한 것인가. 몰랐다면 검증 실패이고 알고도 임명했다면 극심한 몰염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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