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임영웅’ 꿈꿨던 황영웅, 이대로 무너지나…끊이질 않는 연예계 ‘학폭’ 논란 [이슈크래커]

입력 2023-02-2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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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황영웅. (출처=MBN ‘불타는 트롯맨’)
또 불거진 ‘학교폭력’(학폭) 논란이 연예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MBN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가수 황영웅에 대한 폭로가 등장하면서입니다.

최근 연예부 기자 출신 유튜버 이진호는 황영웅의 과거 상해 전과 및 학폭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황영웅의 지인이라는 남성 A 씨는 해당 유튜버와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 자신의 생일파티에서 황영웅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맞고, 발로 걷어차이는 등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A 씨는 황영웅을 상해 혐의로 고소했고, 황영웅도 자신을 쌍방폭행 혐의로 맞고소했다고 밝혔는데요. 황영웅의 맞고소는 현장에 있던 지인들의 증언 때문에 불송치 결정됐고, 황영웅은 A 씨에게 치료비와 합의금으로 300만 원을 물었다는 설명입니다. 이진호는 황영웅의 전과 기록물로 추정되는 사건 목록도 공개하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수리일자는 2016년 3월 4일, 사건명은 상해로 기록된 모습입니다.

황영웅의 폭행 논란은 ‘학폭’논란으로도 이어지면서 논란을 더 키웠는데요. 사실 유명인에 대한 폭로가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런데 수많은 폭로 중에서도 ‘학폭’과 관련한 사안은 유독 큰 공분을 자아냅니다. 대중은 학폭 의혹이 불거진 스타들은 물론이고, 이들을 기용한 예능, 드라마, 방송사와 기업에 자발적인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하죠. 최근 학폭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확산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스틸컷. (사진제공=넷플릭스)

경각심 일깨운 ‘더 글로리’…“학폭 이후 피해자 상흔 조명해”

이 같은 배경에는 최근 큰 인기를 끈 드라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를 꼽을 수 있습니다.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향한 피해자의 복수를 그린 드라마입니다. 극에서는 주인공 문동은(송혜교 분)이 학창 시절 동급생들로부터 뜨거운 고데기에 의해 폭행당하는 등 충격적인 장면이 그려집니다. 특히 이 고데기 폭행 사건은 실제 있었던 사건으로 알려지며 공분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2006년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여중생이 고데기 등으로 동급생을 폭행한 사건인데요. 해당 사건의 가해자는 가정법원의 보호처분만을 받아 전과조차 남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죠.

‘더 글로리’는 학폭이 피해자에겐 씻어내기 힘든 상흔으로 남으며,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조명했습니다. 시리즈가 흥행하며 현실에서 학폭 가해자의 사과를 끌어내기도 했죠. 태국에서는 몇몇 배우들의 학폭 가해 사실이 현지 누리꾼들에 의해 폭로됐으며, 결국 해당 배우들이 사과문을 게재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국에서도 학폭 논란이 불거진 연예인이 적지 않은 만큼, 국내 연예계도 다시 시끄러워졌습니다. 배우 김동희, 조병규, 박혜수, 지수, 그룹 스트레이 키즈 멤버 현진 등의 이름이 재차 거론됐죠.

김동희는 2021년 2월 학폭 논란이 불거지자 폭로자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이후 검찰은 그해 12월 폭로자를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피고소인(폭로자)이 폭행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으며, 당시 초등학교 교감도 김동희의 폭행 사건을 기억하는 등 목격자들의 진술이 피고소인의 진술과 부합한다는 이유에서였죠.

결국 김동희는 이듬해인 2022년 1월 공식입장을 내고 학폭을 인정, 고개를 숙였습니다. 자숙을 이어오던 그는 지난달 18일 개봉한 영화 ‘유령’을 통해 1년여 만에 복귀했습니다.

조병규도 2021년 학폭 폭로가 나오며 활동을 중단한 바 있고, 지금은 영화 ‘죽어도 다시 한번’, 드라마 ‘찌질의 역사’ 등에 출연을 확정 지었습니다. 같은 해 학폭 논란이 불거진 박혜수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너와 나’ GV에 참석하며 눈길을 끌었죠.

현진은 잘못된 언행으로 인한 학폭 사실을 일부 인정, 사과했으나 약 4개월 만에 음반을 발표하며 복귀, 현재 활발히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스타들과 관련해 일종의 ‘밈’도 생겼는데요.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이들과 관련한 글에 “멋지다, ○○아!”라는 댓글이 줄줄이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더 글로리’의 명대사, “멋지다, 연진아!”를 인용해 학폭을 비판하는 취지입니다.

▲(출처=유튜브 채널 ‘Netflix Korea 넷플릭스 코리아’)

학폭 논란, 방송사·광고주에겐 ‘날벼락’…계약 내용 점차 세부화될 듯

학폭 관련 사안이 뜨거운 감자인 만큼, 논란에 휩싸인 스타들을 기용한 제작사, 광고주 등도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먼저 광고업계에서는 논란을 빚은 연예인을 줄줄이 ‘손절’하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통상 광고 계약 시 광고주는 모델의 품위 유지와 관련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항목을 계약서에 명시합니다. 단순히 광고를 중단하는 것 외에도, 계약서상 손해배상이나 위약금 관련 내용을 토대로 피해액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죠.

2014년 불법도박으로 물의를 빚은 코미디언 이수근을 광고모델로 기용한 자동차용품 전문업체 불스원은 기업 이미지 추락을 명목으로 20억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수근 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부 결정에 따라 불스원에 7억 원을 배상한 바 있죠.

배우 지수 측은 2021년 드라마 ‘달이 뜨는 강’ 제작사로부터 30억 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습니다. 당시 ‘달이 뜨는 강’은 6회까지 방송한 시점에서 남주인공 ‘온달’ 역을 맡은 지수가 학교폭력 논란이 일자 일부 가해 사실을 인정, 자진 하차했는데요. 촬영은 20회 중 18회까지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이후 지수의 소속사가 드라마 제작사에 물어내야 할 손해배상금을 일부 덜어낼 수 있는 조정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쉽사리 종결되지 않을 배상 다툼을 예고했죠.

끊이질 않는 논란에 제작사나 방송사, 기업들은 출연자에 대한 사전 검증을 강화, 계약서에도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범법행위 외에 사회적 물의를 빚거나 배우 개인의 사유로 작품에 피해를 야기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은 계약서에 명시돼 있습니다. 음주운전, 마약, 성범죄 등 분명한 표현으로 계약 위반 혐의를 기재해놓은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학폭 관련 사안에 대중의 시선이 더욱 민감해지면서, 이와 관련한 계약 내용도 등장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학폭 관련 조항을 추가하고, 관련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손해를 출연자 측이 책임지게 한다는 것이죠.

▲가수 황영웅. (출처=MBN ‘불타는 트롯맨’)

업계 “사전 검증 한계 있어…논란 이후 대응책 절실”

제작사, 방송사 측은 계약 과정에서 연예인의 귀책 사유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하는 방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이나, 이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사법기관에서 유무죄 판단이 내려지는 형사 사건과 달리, 학폭 의혹은 사실 판단을 비롯해 소속사의 관리 및 감독 책임을 다투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소문, 악의적 날조·비방에 자칫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죠. 실로 지난해 2월에는 그룹 이달의 소녀 전 멤버 츄로부터 학폭을 당했다고 주장한 한 누리꾼이 하루 뒤에 “제가 적었던 모든 내용은 과장된 내용이었다”며 “학폭과 관련된 모든 글을 삭제하겠다”고 밝힌 일도 있었습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논란을 중재할 수 있는 조직 및 위원회, 금전적 피해 보상을 위한 보험 개발을 강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사전 검증에는 분명 한계가 있고, 논란이 불거진 뒤 사실 파악과 대응책 마련까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불타는 트롯맨’ 측도 황영웅의 학폭 논란이 불거지자 “오디션 당시, 참여를 원하는 이들의 동의를 얻어 결격 사유 여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서약서를 받는 등 내부적 절차를 거쳐 모집을 진행했다”며 “논란이 된 참가자도 해당 과정을 거쳤으며, 이후 다른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꿈을 위해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줬기에 제작진 역시 과거사와 관련해 갑작스레 불거진 논란이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논란을 꿈에도 몰랐다는 태도를 내비쳤죠.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학폭 폭로가 잇달아 제기된 2021년 “출연자 논란은 콘텐츠에 그야말로 직격탄이 된다”며 “사전에 모든 걸 검증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보니 제작자의 입장에서도 굉장히 위축된다. 이미 20대 배우들을 섭외하는 데 주저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도 “드라마 같은 경우 제작비가 한두 푼 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손해가 막심하다”며 “이제 제작진이든 매니지먼트사든 큰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미리 리스크 관리를 하려고 할 것이고, 그런 환경이 조성되면 초반부터 (논란을 빚을 소지가 있는) 사람들을 걸러내는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짚었죠.

다만 업계가 계약 조건 강화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데에는 긴 논의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학폭 논란의 경우 법정 다툼이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적지 않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거꾸로 소속사 측이 편성을 취소하거나 보류한 제작사·방송사 등에 소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달 10일 공개되는 ‘더 글로리’ 파트2. 이미 시즌1을 몇 번이고 ‘정주행’하며 파트2 공개를 기대해온 시청자들이 많은 만큼, 이 인기에 웃지 못하는 연예인들도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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