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체제’ 트위터의 새로운 적은 ‘착한 봇’?

입력 2023-02-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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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경고 등 봇 계정 긍정적 사례 많아
머스크,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다 논란 거세져
API 유료화·월 1500회로 송출 제한 등 전면 제거 시도
“봇 순기능, 트위터 더 가치 있게 만들어…머스크 장려해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트위터 로고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팸 메시지를 보낸다, 가짜 뉴스를 퍼뜨린다, 사람들이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통상 소셜미디어에서 ‘봇’ 계정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첫 이미지는 대체로 부정적인 것들이 많다. 하지만 봇 계정이 항상 부정적인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특정 작업을 수행하도록 자동화된 계정을 뜻하는 ‘봇’은 자연재해에 발 빠르게 최신 소식을 전달하기도 하고, 이용자가 좋아하는 특정 분야에 대한 다양한 소식을 제공해 즐거움을 주기도, 사회적으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내용을 자동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손에 들어간 트위터는 최근 이런 ‘착한 봇’들과 기묘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적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빌 스니처가 만든 지진 정보 관련 봇 계정. 이 계정은 20일(현지시간)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새로운 지진 소식을 신속하게 전달했다. 트위터 캡처
대표적인 ‘선한 봇’ 계정의 예가 바로 ‘@Earthquake Robot’이다. 해당 봇 계정은 대지진에 대한 경고와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목적을 개발된 계정이다. 해당 봇을 개발한 사람은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자 빌 스니처다. 그는 지진과 관련해 총 4개의 봇을 개발·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봇의 팔로워만 80만 명이 넘는다. 그가 개발한 봇은 이번 튀르키예 대지진 당시에도 트위터에서 신속하게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

그러나 트위터는 이들 ‘착한 봇’, 그리고 그 개발자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이달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위터는 2일 자사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모두를 9일부터 유료로 전환하겠다고 개발자들에게 통보했다. API는 제3자 개발자들이 데이터에 접근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도구다. 그간 트위터는 API를 무료와 유료 버전으로 제공해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3일(현지시간) API 유료화 방침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트위터에 올렸다. 트위터 캡처
문제가 된 것은 API 유료화 대상에 흥미로운 정보나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봇 계정도 포함되면서였다. 머스크는 그간 ‘악의적인’ 봇 계정에 적대적인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유료화 방침을 밝힌 다음 날인 3일 트위터에 “무료 API는 현재 사기나 여론조작을 하는 봇에 심하게 악용되고 있다”면서 “월 100달러를 부과하면 이러한 봇들이 정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산소에 요금을 내라고 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이에 유익한 봇 계정을 사수하려는 유저들 사이에서 반발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트위터는 다급히 유저들의 피드백에 따라 “무료의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봇”은 유료화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즉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봇 계정은 API를 무료로 계속 쓸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질의 콘텐츠”라는 애매한 정의를 내놔 혼선이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트위터가 다시 들고나온 새 API 유료 정책에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봇”에 대해서는 매월 1500회의 트윗을 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담기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물론 월 1500개 트윗이 적은 수는 아니다. 하지만 전 세계 지진을 비롯한 각종 기상이변이 잦아지는 상황에서 트윗 수를 제한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트위터의 API 유료화 방침을 둘러싼 논란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액 등 아직 유료화 정책이 명시화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WSJ는 “순기능을 하는 봇 계정은 트위터를 더 가치 있게 만들고 독창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는 머스크가 금지할 게 아니라 장려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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