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노인 무임승차…연령 상향이 적자 해소 해법될까

입력 2023-02-18 09: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만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 두고 ‘갑론을박’
“노인 복지로 봐야” vs “지하철 적자 해소해야”
올 하반기 서울 지하철·버스 요금 인상 예정

▲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인 무임수송 정책토론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호일 대한노인회중앙회장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지하철 만성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만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가 꼽히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연령 상향 논의에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하철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요금 인상과 함께 노인 무임승차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과 현 제도를 노인 복지의 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면서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 하반기 서울 지하철과 버스 등의 만성적인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소 300원에서 400원까지 요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본래 시는 정부 예산안에서 지방자치단체의 PSO(무임 수송 손실 보전) 예산이 제외되면서 올해 4월을 목표로 지하철·버스 요금 인상 계획을 내놨으나,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 기조에 따라 인상 계획을 하반기로 미루게 됐다.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1984년부터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100% 지하철 요금 할인을 제공하자는 당시 대통령이던 전두환 씨의 지시로 시작됐다. 당시 서울의 만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3.8%였으나, 현재는 17.4%를 차지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하철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임승차 연령 상향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강조하고 나섰다.

오 시장은 16일 “매년 1조 원에 육박하고 있는 서울교통공사의 적자로 인해 도시철도 요금 인상이 부득이한 상황”이라며 “우리나라가 급격하게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이제는 도시철도 무임수송 제도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세대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으므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대안을 고민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매년 달릴수록 적자 쌓이는 지하철…“무임승차자 중 노인 비율 多”

(자료 제공 = 서울연구원)

서울 지하철은 해마다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지하철 적자 규모는 약 9200억원, 올해 지하철 적자 규모는 1조2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노인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 규모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로 서울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무임승차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서울교통공사가 감내하는 비용은 연간 1825~2444억 원으로 나타났다.

현재 서울 지하철의 무임승차자도 2015년 2억5000명 수준에서 2019년 2억7000명 수준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무임승차자 중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82%에 달한다.

연구원은 “서울 지하철 무임승차 대상 연령을 만 70세로 올린다면 연간 911~1219억 원의 수익이 발생한다”며 “이는 무임손실 비용의 25~34%를 줄이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나윤범 서울교통공사 기획조정실장은 “노인 무임승차는 교통 복지적인 차원에서 정부의 보전이 필요하다는 게 공사의 입장”이라며 “공사는 무임수송 보전과 함께 자구 노력도 충실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인 이동권 보장한 ‘교통 복지’…“사회적 편익도 고려해야”

(이투데이 DB)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를 노인들에게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의 성격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는 고령층의 외부 활동을 늘려 자살·우울증 예방, 의료비 절감 등을 이끌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낸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를 2020년 물가 기준으로 환산해봤을 때 연간 3650억 원의 사회적 편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은 “노인 문제는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복지 문제”라며 “춘천에 가서 닭갈비에 막국수 먹고 소주 한잔하면서 노인들이 얼마나 행복해하나. 왜 이런 행복을 빼앗으려고 하나”고 말했다.

러시아워 때 유임 승차·차등 운영…“국가 지원도 이뤄져야”

▲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인 무임수송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노인 무임승차제도 운용에 있어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법에 명시된 국가 사무이기 때문에 당연히 중앙 정부, 기재부의 책임이다”라며 “문제의 시작점은 중앙 정부가 (무임수송 적자 문제에 대해) 우리의 책임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정부, 지자체, 복지부 등으로부터 예산을 분담해 노인 교통 할인을 지원한다. 다만 노인 복지 측면에서 65세 이상 노인에게 100% 할인을 적용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다.

캐나다는 65세 이상 기준으로 저소득층에게는 100%, 노인에게는 50% 교통요금 할인을 제공한다. 일본에서는 70세 이상 중 신청자를 대상으로 소득 수준에 따라 일정액은 본인 부담을 하는 식이다.

신성일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나라마다 소득 수준, 연령, 시간대별로 무임승차와 관련해 탄력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며 “각 나라마다 손실은 정부나 지자체, 복지 담당 부서에서 보전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