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에도 경기호황...‘노랜딩’ 전망 속 증시 ‘엑소더스’

입력 2023-02-1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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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 호조에 경제 호황 유지 시나리오 힘 실려
골드만, 경기침체 확률 35%에서 25%로 하향 조정
“연준, 6월까지 금리 5% 이상 올릴 확률 90%”
6주간 미국 주식형 펀드서 40조원 빠져나가

미국 경기가 상당 기간 호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경기가 급격히 침체할 것이라는 ‘경착륙(하드랜딩)’은 물론, 완만한 경기 후퇴를 뜻하는 ‘연착륙(소프트랜딩)’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경기 둔화조차 없는 ‘무착륙(노랜딩)’ 시나리오가 주목받으면서 미 증시의 자본 ‘엑소더스(대탈출)’가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고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최근 양호한 경제지표가 미국 경제의 노랜딩 시나리오에 힘을 싣고 있다. 경제가 침체나 소강상태에 빠지지 않고 상당 기간 호황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미 노동부가 발표한 1월 비농업 일자리는 51만7000개 증가해 시장 전망치를 3배 가까이 웃돌았다. 실업률은 3.4%로 5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1월 미국 제조업 분야의 평균 주당 가동시간도 1.2% 늘면서 증가세를 이어갔다. 물가를 반영해 줄어든 임금도 근로시간 증가로 상쇄됐다. 미국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지난 1년간 8.5% 상승했고 1월에는 1.5% 올랐다.

르네상스매크로의 닐 두타 이코노미스트는 “연준 인사들은 여전히 올해 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경제가 다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는 걸 인정하길 꺼린다”며 “노랜딩 시나리오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양호한 경제지표를 반영해 최근 골드만삭스 역시 미국 경제가 향후 12개월 내 불황에 빠질 확률을 35%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물가도 연준 목표치까지 도달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경기 흐름이 지속될 경우 물가상승률이 2% 선으로 떨어지는 경기 연착륙 상황은 도래하기 힘들 것”이라며 “올해 미국 물가상승률이 3% 선에서 머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준의 긴축 계획표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기대보다 좋은 경기가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어 연준이 긴축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선물 시장에서도 연준이 6월까지 기준금리를 5% 이상으로 올릴 확률을 90%로 보고 있다. 지난달 45%에서 한 달 새 두 배가량 뛰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뉴욕(미국)/UPI연합뉴스
연준의 긴축 장기화 전망으로 미국 증시에서는 자금 ‘엑소더스’가 벌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6주간 미국 주식형 뮤추얼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빠져나간 자금 규모가 310억 달러(약 40조 원)에 달했다. 주간 기준으로 지난해 여름 이후 가장 긴 순유출이자 연초 기준으로는 2016년 이후 미국 주식형 펀드에서 가장 많은 돈이 빠져나간 것이다.

같은 기간 투자자들은 약 120억 달러를 해외 주식형 펀드에 투자했고 미국 채권형 펀드와 지방채 펀드에는 각각 약 240억 달러와 30억 달러를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미국 증시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면서 올 하반기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반등했다. 최근 자본 유출은 올해 연준 정책과 증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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