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줄이기 시작한 글로벌 기업들…“9만5000시간 절약했다”

입력 2023-02-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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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놀즈, 회의시간 9분의 1로 축소
쇼피파이, 수요일 ‘노 미팅 데이’ 선언
팬데믹 따른 재택근무에 회의 많아지자
폐해 극복 다양한 시도 나서

▲회의하는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여러분, 급히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과감한 생략, 미국 담배 대기업 레이놀즈아메리칸이 회의 진행에 적용한 새로운 원칙이다. 레이놀즈는 지난달 정리해고 계획 진행 상황을 보고하기 위한 회의 시간을 9분의 1로 줄였다. 90분간의 타운홀미팅을 10분짜리 동영상으로 대체한 것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처럼 많은 기업이 ‘회의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회의 시간과 횟수가 오히려 생산성을 악화한다는 생각이 퍼지면서 회의를 적절히 줄여나가는 기업이 늘고 있다. 레이놀즈 역시 지난달 회의 시간을 과감히 줄인 시도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캐나다 전자상거래 기업 쇼피파이는 고정 회의를 폐지하고, 수요일은 회의를 금지하는 ‘노 미팅 데이(No Meeting Day)’로 정했다. 50명 이상이 모이는 회의는 목요일에만 진행할 수 있으며 시간도 6시간으로 제한했다.

그 결과 쇼피파이 직원 달력에서는 1만2000건에 달했던 회의 목록이 사라졌다. 직원들이 확보하게 된 시간은 무려 9만5000여 시간이다. 카즈 네자티안 쇼피파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직원들에게 “터무니없이 많은 회의에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고, 상상도 못 했던 수준으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되찾자”고 강조했다.

장황하게 늘어지는 대화는 업무 과정의 골칫거리였다고 WSJ는 설명했다. 고용주들은 이미 예전부터 회의 시간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서서 하는 회의인 스탠딩 미팅, 걸으면서 회의하는 ‘워크&토크’ 등을 시도해왔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재택근무 등이 자리를 잡자 회의에 소비되는 시간은 더 늘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의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인 팀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0년 2월부터 2022년 2월 사이 팀즈 사용자가 일주일에 참석하는 회의 수가 2배 가까이 늘고, 회의 시간도 3배가량 증가했다.

원격 근무 중 상사가 부하 직원이 일하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방법으로 회의가 답이 된 탓이다. 그러나 MS 모던워크 부문 기업 부사장인 재러드 스파타로는 “부하와 상사 간 만들어진 긴장 상태가 해결되긴커녕 지금 사람들은 업무 과부하 상태”라고 지적했다.

만남 그 자체가 목적인 회의는 시간 낭비라는 의견도 있다. 미국 경제개발단체인 그레이터리치먼드파트너십의 최고경영자(CEO)인 제니퍼 웨이크필드는 “집합 그 자체가 유일한 목적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정례회의는 말이 안 된다”며 “특별한 의제가 없거나 무의미한 이야기만 이어진다면 회의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회의는 추가 근무를 늘리는 원인이기도 하다. 회의 시간으로 하지 못한 개인 업무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회의 시간을 줄이고 생산적인 일에 몰두하는 환경을 만드는 건 인력 감축에 나선 기업들에는 더 중요하다.

1750명 감축 계획을 밝힌 웨이페어 CEO는 직원들에게 “회의에 낭비하는 시간도 줄이고 싶다”며 “이는 효율성을 높이는 조직개편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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