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보금자리론은 ‘찻잔 속 태풍’? 10조 풀렸다지만 거래량 감소세 ‘여전’

입력 2023-02-12 14:11수정 2023-02-1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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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된 30일 오후 서울시내 SC제일은행 한 지점 외벽에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내놓은 특례보금자리론이 매매시장에선 ‘찻잔 속 태풍’에 그치고 있다. 총 40조 원 규모의 특례보금자리론 가운데 10조 원 이상이 시장에 풀렸지만, 거래량은 지난해 대비 오히려 줄었다. 신규 주택매매보다 기존 고금리 대출 대환이나 임차보증금 반환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된 영향이 큰 탓이다.

12일 본지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를 분석한 결과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이후 서울과 전국 내 9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량(1월30일~2월11일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이후 전날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9억 원 이하’ 아파트 실거래 등록 건수는 총 143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서울 내 9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량은 172건으로, 올해 거래량은 지난해보다 16.8%가량 줄어든 셈이다.

전국으로 범위를 넓히면 거래량 감소 폭은 더 커진다. 올해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이후 이날까지 거래량은 498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086건보다 약 38.3% 줄었다.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선 시세 9억 원 이하 주택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거래 활성화가 기대됐지만, 지난해 거래량의 약 61.6% 수준에 그치는 등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 보금자리론에 안심전환대출, 적격대출 등 정책 모기지를 통합한 상품으로 최저 3%대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이용할 수 있다. 집값 시세 9억 원 이하면 고정금리로 최대 5억 원까지 빌려준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만 60%를 적용해 시중은행보다 더 많이 빌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특례보금자리론은 부동산 시장 연착륙 목표 중 하나인 거래 활성화 효과가 기대됐다. 하지만 출시 후 2주 남짓한 기간을 단순 비교해보면, 눈에 띌 만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일선 부동산 업계에서도 특례보금자리론의 거래량 증가 효과는 미미하다는 반응이다. 시세 9억 원 이하 아파트가 밀집한 노원구 B공인 관계자는 “확실히 지난해 12월보다 최근 아파트 매수 문의는 늘었지만, 거래량 증가를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면서 “특례보금자리론은 매수 때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정도고, 실제로 계약까지 이어진 사례는 없다”고 했다.

특히 서울에선 특례보금자리론 대출 마지노선인 ‘9억 원’ 초과 아파트가 많아 애초부터 거래량 증가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대출 주택의 시세 판단 기준인 KB국민은행 시세정보가 최근 급락한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제도 보완에 대한 요구만 커지는 실정이다.

고금리가 지속하면서 부동산 매수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것도 변수다. 올해 들어 정부의 잇따른 규제 완화 영향으로 빠르게 낙폭을 줄여오던 서울 아파트값은 이달 들어 재차 낙폭이 커졌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첫째 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25% 하락해 전주(-0.31%) 대비 0.06%포인트(p) 낙폭이 확대됐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신규 주택 매수가 아닌 기존 고금리 대출대환에 주로 사용되는 것도 거래량 반등을 막고 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주택금융공사(HF)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특례보금자리론을 신청한 3만9919건(9조3000억 원) 가운데 ‘신규주택 구입’은 30.6%(1만2210건)에 그쳤다. 반면 ‘기존 대출대환’은 61.7%(2만4642건)로 매매 용도의 두 배 수준에 달했다.

하지만 아직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향후 거래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상반기까지 특례보금자리론이나 정부의 규제 완화 영향력이 제한적으로 작용해 거래량 증가 효과가 작겠지만, 하반기까지 대출이 계속 이어질 것이므로 추후 거래량 증가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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