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25조원 시대 연 KT…국민연금 몽니에 새 수장 '안갯속'

입력 2023-02-09 17:46수정 2023-02-0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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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경선 원칙 안 맞아"…구현모 최종후보 결국 백지화
10일부터 차기대표 선임 공개경쟁 진행…제3자인선자문단 구성
디지코 전환 작년 매출 첫 25조 돌파…구 대표 연임에 힘 실릴지

KT 이사회가 차기 대표이사 선임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추진한다. KT 이사회가 구현모 대표이사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결정하자, ‘셀프 연임’이란 비판과 함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불투명성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실 중심으로 주인 없는 회사의 지배구조 선진화가 화두로 작용되면서 기존 공모 결과의 백지화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지배구조 투명성이란 명분보다는 정부가 민간회사 인사 과정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관치(官治)’ 논란마저 불거지고 있다.

KT 이사회가 9일 공개 경쟁 방식으로 차기 대표이사 후보 재공모를 결정했다. KT 이사회는 “이번 이사회의 결정으로 공개경쟁 방식 적용, 사외이사 중심의 심사, 심사결과 공개 등 투명성, 공정성, 객관성을 보다 강화한 바, KT 대표 후보 선임 과정을 정기 주주총회 소집 공고 전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압박에 ‘백기’든 KT 이사회 = KT이사회 재공모 안이 의결되면서 공모를 통해 현재 선임 절차를 백지화하고 후보자 선정 과정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다. 구 대표도 새롭게 시작되는 공모 절차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KT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구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선정하려 했으나, 구 대표가 경선을 ‘역제안’하며 다시 후보심사를 진행했다. 구 대표는 두번째 심사에서도 단독 후보로 낙점돼 3월 주주총회에서 최종 연임안 통과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구 대표의 연임에 반대하고 나서며 상황이 달라졌다. 주주명부 폐쇄일(지난해 12월 27일) 기준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10.13%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KT 이사회 발표가 난 지 약 3시간 만에 보도자료를 내고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도 금융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소유분산기업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작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도 국회에서 열린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 세미나’에서 “부정행위가 있음에도 CEO·회장 등이 연임하는 지배구조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국민연금도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는 주요 기관 투자자가 주식을 보유한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투명한 경영을 유도하려는 자율 지침이다. 국내에서 가장 큰 기관투자자는 국민연금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등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소유분산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입맛에 따라 갈아치우고 낙하산을 앉힐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국민연금 또한 정부와 정치권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점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됐다.

◇ “디지코 도약 성공적”…연매출 25조 시대 개막 = KT 내부에서는 국민연금이 구 대표의 연임을 반대해도 소액주주와 우호주주들이 주가와 실적을 바탕으로 연임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날 KT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으로 전환을 가속화하며, 창사 이래 처음 연 매출 25조 원 시대를 열었다. 회사 측은 “디지코 전환·기업간 거래(B2B) 사업 기반으로 수익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KT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조690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5조6500억 원으로 3.0% 늘었고, 순이익은 1조3877억원으로 4.9% 줄었다. 지난해 별도 기준 서비스 매출은 전년 대비 1.7% 증가한 15조7672억 원으로, ‘kt cloud’를 포함할 경우 전년 대비 3.4% 늘어난 16조31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디지코 경영전략이 본격화되기 전 3년간(2017년~2019년)의 연 평균 서비스 매출 성장률 대비 3배 높은 수치다.

여기에 KT 주요 그룹사의 경우에도 매출이 증가하며 ‘25조원 시대’에 힘을 보탰다. BC카드는 국내·외 신용카드 매입액 증가 및 금융사업 성장 본격화로 매출이 전년 보다 8.8% 늘어난 3조8958억 원, 스카이라이프는 35.5% 늘어난 1조342억 원, 콘텐츠 자회사는 25.4% 증가한 1조1658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김영진 KT 최고재무책임자(CFO·전무)는 “KT는 지난 2020년 디지코 선언 이후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외 경제 환경과 고객 니즈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 디지코와 B2B 사업에서 높은 성장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한편 구 대표는 이날 오후 기관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비공개로 진행되는 ‘코퍼레이트 데이’(corporate day)에 참석해 회사 실적과 경영 방향에 관해 설명하기로 예정돼 있다. 하지만 이사회에 CEO 재공모가 확정되면서 코퍼레이트 데이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KT가 코퍼레이트 데이를 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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