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악성 미분양 매입에도 '부동산 중개비' 냈다”…‘혈세 낭비’ 지적 불가피

입력 2023-02-0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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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 조감도 (자료출처=분양 홈페이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임대 사업과 관련해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할 때도 중개수수료를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LH 내부에서는 매입 시 중개수수료가 별도로 들지 않는 직거래 가능 여부 확인 절차가 없어 일각에서는 혈세 낭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본지 취재 결과 LH는 지난해 매입임대 사업을 위해 서울지역에서만 접수단위 기준 총 56건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직거래는 9건, 중개거래는 47건으로, 중개거래 비중이 83.92%에 달했다. LH는 이 47건에 대한 중개수수료로만 약 3억3000만 원가량을 지불했다.

문제는 최근 악성 미분양 아파트 고가 매입 논란이 있었던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 팰리스’ 36가구 매입 시에도 중개거래로 매입했다는 점이다. LH는 이 단지를 매입할 때 중개수수료로 접수단위별 한도액인 1500만 원을 사용했다.

분양에 실패해 시행사가 보유하고 있었던 물량이었던 만큼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LH가 굳이 중개비를 들여가며 매입했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양을 매입한다고 하면 인근 부동산에서 분명 얘기가 나오는데 다 모르고 있었다”며 “중개거래로 했다는 점도 의아하다. 시행사 쪽에서 자체적으로 중개사를 선정해 진행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단지 시행사 측 관계자는 “알아본 바로는 해당 공인중개사가 LH 매입임대사업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맡겼다”고 했다.

이 단지 외에도 LH는 비슷한 시기 매입했던 서울 광진구 자양동 일대 A 오피스텔 28가구를 사들였을 때도 중개거래로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오피스텔 역시 준공 후 빈집 상태로 있던 건물로, 매입한 28가구 모두 건축주 보유분이었다.

LH는 매입임대 시 중개거래와 직거래를 모두 활용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중개거래 및 직거래 여부는 LH의 선택사항이 아니다”면서 “매도신청인이 공인중개사에 접수를 위임할 수 있고, 공인중개사가 위임을 받으면 중개거래로 진행된다. 접수 이후 따로 직거래가 가능한지 여부는 확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때문에 매입 전 중개 수수료가 들지 않는 직거래 가능 여부를 판단할 절차만 있어도 중개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미분양 아파트 고가 매입 등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자체적인 제도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미분양 같은 경우는 매입할 때 특별히 중개거래로 할 필요도 없는데 이러한 부분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면 실무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면서 “LH는 공적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개선을 통해 중개거래 비중을 줄이면 혈세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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