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시리아 ‘금세기 최악의 지진’, 사망자 8700명 넘어…왜 치명적이었나

입력 2023-02-08 16:38수정 2023-02-0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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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부통령 “세기의 재앙”
구조팀 8000명 이상 구출했지만
한파·기반시설 붕괴에 구조 어려움
단층선 따라 지진 발생해 피해 커져…액상화 현상 나타나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 도심이 지진 발생 다음 날인 7일(현지시간) 폐허로 변해 있다. 하타이(튀르키예)/AP연합뉴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규모 7.8 지진의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생존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끝나가고 있지만, 매서운 추위와 기반시설 붕괴로 구조마저 난항을 겪고 있다. 이번 지진을 '세기의 재앙'으로 만든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튀르키예 시간으로 이날 오전 10시 튀르키예와 시리아, 양국에서 지진으로 인한 누적 사망자가 8700명을 넘어섰다. 부상자는 약 4만 명에 달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 집계 결과 최소 6234명이 숨졌고 3만4810명이 다쳤다. 시리아는 정부군과 반군 통제 지역을 합쳐 총 2530명이 목숨을 잃고 4654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튀르키예에서만 5700채 이상의 건물이 붕괴된 만큼 추가 사상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구조팀은 어려운 여건 속에도 8000명 이상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주 날씨가 영하로 예보돼 시간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푸아트 옥타이 튀르키예 부통령은 “날씨와 여진으로 구조가 쉽지 않다”며 이번 지진을 ‘세기의 재앙’으로 불렀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6일 규모 7.8 강진 이후 지금까지 규모 4.0을 넘는 지진이 최소 125차례 이상 일어났다.

▲튀르키예와 시리아 주변 단층선. 출처 BBC
튀르키예는 지리적 특성상 지진이 빈발하는 지역이다. 유라시아, 아라비아, 아프리카, 아나톨리아 네 개의 구조판 사이에 자리하고 있어 지진에 매우 취약하다.

여기에 몇 가지 특이점이 더해지면서 지진이 치명적으로 변했다. 채드 마이어스 CNN 기상 전문가는 “늘 진원지(Epicenter)를 이야기하지만, 이번에는 ‘진원선(Epi-line)’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지점이 아닌 단층선을 따라 지진이 발생하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예 남동부 지층 아래에서는 두 개의 거대한 구조판인 유라시아판과 아나톨리아판이 만난다. 전문가들은 두 판이 만나는 100마일(약 160㎞) 길이의 단층선을 따라 지면이 미끄러지면서 이번 지진이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판들이 가까이 닿으면서 갑자기 미끄러지는 현상, 일명 ‘스트라이크 슬립(Strike Slip, 단층의 수평이동)’이다.

스트라이크 슬립은 환태평양 조산대의 ‘불의 고리’와는 다르다. 불의 고리에서도 지진과 쓰나미가 종종 발생하는데 여기에서는 하나의 판이 다른 판 아래로 미끄러지는 ‘섭입(Subduction)’으로 지진이 발생한다.

상대적으로 진원이 얕았던 점도 강도를 키웠다. 런던칼리지대학의 지진학자인 스테판 힉스는 “규모 7.8 지진의 깊이는 18㎞, 7.5 여진은 10㎞였다”며 “이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표면의 건물에 충돌하기 전 소멸할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진 피해가 부분적으로 액상화 현상의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액상화는 강렬한 흔들림이 건물 아래 토양을 거의 액체 상태로 바꾸는 현상을 말한다. 액상화는 주로 수로, 항구, 강 근처 지하수면이 있는 지역에서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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