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경영권을 둔 분쟁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SM과 카카오가 손을 잡으며 입지가 좁아진 이수만 측이 반격을 예고하고 나선 것입니다.
이수만은 1995년 SM을 설립한 후 27년간 총괄 프로듀서로서 회사를 이끌어온 인물입니다. 1세대 아이돌로 불리는 그룹 H.O.T.부터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 대형 아티스트가 그의 주도로 탄생했습니다. ‘SM=이수만’이라는 대중의 인식 역시 굳건했죠. 그러나 현재 상황은 사뭇 다릅니다. SM이 이달 3일 발표한 미래 사업 계획안에서는 이수만이 배제되며 적잖은 잡음이 흘러나왔고, SM 경영진과 이수만 간의 갈등도 법정 공방으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SM의 ‘상징’과도 같았던 이수만이지만, 현재는 사측에 “위법”을 주장하는 입장에 섰습니다. 양측 간 갈등의 시발점은 무엇일까요?
이수만은 2010년 사내 등기이사에서 사임했습니다. 그런 만큼 회사에서 공식적인 직책은 없었죠. 사임 후 이수만이 주도한 모든 프로듀싱은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과의 용역 계약으로 이뤄진 결과였습니다.
SM이 2020년 10월부터 진행해온 대표 프로젝트인 SM컬처유니버스(SMCU·SM Culture Universe)도 라이크기획 계약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같은 해 11월, SM은 그룹 에스파 데뷔를 시작으로 모든 아티스트들을 연결한 하나의 세계관, 광야(KWANGYA)를 발표했습니다. 당시 이수만은 제1회 세계문화산업포럼(WCIF) 연사로 참석해 해당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SM 아티스트들이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는 등 다채롭고 파격적인 방식으로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죠.
이수만은 라이크기획을 통해 그간 프로듀싱 명목으로 매년 200억 원 이상씩을 수령해왔습니다. 이는 SM의 연간 영업이익 3분의 1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불만의 목소리도 여기서 비롯됐습니다. 개인 회사와의 거래로 자신이 창업한 회사로부터 수익을 챙겼다는 지적과 함께 ‘내부 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의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운용사 얼라인파트너스(이하 얼라인)는 행동에 나섰습니다. SM의 지분 1%가량을 확보한 뒤 SM 지배 구조와 라이크기획과 관련한 문제 제기에 나서며 SM 경영진과 이수만을 압박한 것이죠. 얼라인은 부당거래, 지배 구조 개선을 이유로 주주 대표 소송에 나서겠다며 압박수위를 높였고 결국 SM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통해 얼라인과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감사를 이사로 선임하며 백기를 들었습니다. 라이크기획과의 계약도 지난해 말 조기 종료했습니다.
이후 SM은 얼라인이 제안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수용한 미래 사업 계획안 ‘SM 3.0: IP 전략-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계’(이하 SM 3.0)을 선언했습니다.
‘SM 3.0’의 핵심은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를 도입, 이수만이 주도하던 1인 제작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것입니다. 이성수·탁영준 SM 공동대표는 3일 “SM과 총괄 프로듀서로서의 계약은 종료됐지만, 여전히 주주로서 SM을 응원해주시는 이수만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수만의 퇴진을 공식화했습니다. 미래 사업 계획안에 이수만이 배제되면서,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이수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점이 뚜렷하게 강조된 셈입니다.
이수만의 거취를 두고 회사 내부에서도 설왕설래가 오가는 중입니다. 일부 관계자는 해당 발표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SM 소속 가수 겸 배우 김민종은 5일 새벽 SM 전 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이수만 선생님을 위해, SM 가족을 위한다는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는 공표된 말과 달리 선생님(이수만)과의 모든 대화를 두절하고, 내부와는 어떤 상의도 없이 일방적인 발표와 작별을 고했다”며 “저를 비롯한 SM 아티스트의 활동에는 (이수만) 선생님의 프로듀싱과 감각적 역량이 꼭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반면 ‘이수만 없는 SM’에 대한 지지도 적지 않습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SM 게시판에서는 김민종의 주장에 대한 비판과 SM 3.0에 대한 지지, 기대 의견도 다수 게재됐죠.
자신의 거취를 두고 회사 안팎이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침묵하던 이수만은 카카오의 SM지분 확보 소식이 전해지자 입을 열었습니다. 7일 SM과 카카오는 카카오가 SM의 지분 9.05%를 확보했다”고 공시했습니다. SM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하는 123만 주 규모(주당 9만1000원)의 신주를 인수하고,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114만 주(주당 9만2300원)를 확보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지분 인수 규모 총액은 2171억5200만 원입니다. 이번 지분 확보로 카카오는 SM의 2대 주주로 단숨에 올라섰죠.
이에 이수만은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회사의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 등 회사 지배관계에 대한 영향력에 변동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제3자에게 신주 또는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SM은 상당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합계 2171억 원의 자금을 조달할 만한 시급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이수만 측 설명입니다.
화우는 “최대 주주의 대리인으로서 위법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통해 이사회의 시도를 봉쇄하고, 위법한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모든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강조, 법정 공방을 예고했습니다.
SM 3.0 발표에 대해서도 “최대 주주도 지배구조 개선 의지가 있었는데 세부 논의 과정에서 얼라인 쪽 입장만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최대 주주 동의를 받지 않은 부분들이 발표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수만과 얼라인의 경영권 분쟁에 카카오의 등판, 그리고 이수만의 반격까지 더해지며 다음 달 말 예정된 SM 정기 주주총회는 다소 혼잡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사회 재구성 안건을 두고 표 대결로 의견을 피력하거나, 주주 제안을 통해 대표이사 교체를 시도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관건은 지분입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SM의 최대 주주는 이수만으로, 18.46%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를 비롯해 SM 등기임원들이 보유한 주식은 0.66% 수준이죠. 그러나 국민연금(8.96%), KB자산운용(5.12%) 등 SM의 16개 기관투자자 대다수는 얼라인 측 감사인 선임에 찬성하는 등 이수만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또 카카오가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 9.05%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면 이수만의 SM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축소될 수 있습니다. 결국 나머지를 갖고 있는 소액주주의 표심이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일각에서는 애초 카카오 측이 이수만의 SM 지분을 인수할 생각이 있었던 만큼, 협상이라는 카드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이수만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잃은 상태인 만큼 향후 카카오가 이수만 지분을 추가 인수하거나 혹은 다른 방식으로 지분을 모아 최대 주주에 올라설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