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고발 전 검찰 ‘선수사’…‘주도권 챙기기’ 등 뒷말 무성

입력 2023-02-0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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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최근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직 고발하지 않은 사건을 먼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공정위 고발→검찰 수사’라는 일반적인 절차가 아니어서 법조계에서는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일부는 검찰의 ‘주도권 챙기기’라고 지적하지만, 한편에서는 필요에 따른 수사로 절차상 문제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최근 ‘가구업계 담합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사건 관계자들을 불러 사건을 수사 중이다. 한샘과 현대리바트, 에넥스 등 가구회사들은 신축 아파트 단지에 붙박이(빌트인) 형태로 들어가는 ‘특판 가구’ 납품업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담합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입찰 담합 사건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통상 공정위가 사건을 조사한 뒤 검찰에 고발하는 절차를 거친다.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에서 수사할 수 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다.

그런데 이번 가구담합 사건은 순서가 달랐다. 공정위가 아직 사건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는데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것이다.

이를 검찰의 주도권 챙기기로 보는 시각이 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공정위에서 고발하지 않으면 검찰은 수사를 시작하면 안 되는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아닌 다른 혐의를 내세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수사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같은 검찰의 선제적인 수사가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 제도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고도 했다. 이번 가구담합 사건은 공정위와 검찰에 리니언시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담합 사건에 가담한 한 업체가 리니언시를 접수하면 공정위 단계에서는 ‘고발면제’, 검찰 단계에서는 ‘기소면제’ 혜택을 받는다.

공정위에 리니언시가 접수된 만큼 검찰에서는 해당 기업을 기소할 수 없는데 공정위 고발도 없는 상황에서 검찰이 압수수색 등 수사를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이 변호사는 “공정위 조사 단계에서 리니언시를 접수한다는 것은 ‘고발면제’ 혜택을 받기 위한 것인데 그럼에도 검찰이 전방위 수사에 나서는 것 자체가 월권”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로 최근 공정거래조사부는 공정위가 고발하는 것 이상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부당지원’ 의혹을 받는 한국타이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은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에 대해 고발요청권을 행사한 것 역시 이같은 맥락이다.

반면, 공정위의 고발 전 검찰 수사는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가구업계 담합사건에서 리니언시가 접수된 만큼, 사건을 인지한 검찰은 직접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반론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통상의 사건처리 절차와는 다른 모습이기는 하지만 리니언시 사건이 검찰에 접수됐다는 것을 명분으로 수사에 착수하는 것이 가능하다”라며 “사실상 검찰의 강제 수사처럼 실체에 보다 빨리 접근해서 사안에 신속한 판단을 빨리 내릴 수 있고 순기능이 더 많다”고 평가했다.

특히 공정위가 사건 조사에 오랜 시간을 끌다가 공소시효에 임박해 검찰로 넘기는 만큼 검찰의 선제적인 수사는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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