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팬'에 힘들었지만 뚝심으로 대박"

입력 2023-02-02 14:20수정 2023-02-0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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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이사' 수입사 미디어캐슬 강상욱 대표

▲2일 강상욱 미디어캐슬 대표가 사무실에서 3월 개봉하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등신대와 함께 앉아있는 모습. (미디어캐슬)
일본 실사영화가 한국에서 흥행하는 일은 흔치 않다. 특유의 감성적인 면에 집중하는 색채가 국내 관객 정서와 꼭 맞아떨어지지는 않는 까닭이다. 이런 장벽을 넘어 ‘100만 돌파’라는 이례적인 흥행 기록을 써낸 작품이 기억상실 로맨스 '오늘 밤, 이 세계에서 사랑이 사라진다해도'(오세이사)다. 우리나라에서는 '주온'(2002)이후 무려 21년 만에 나온 100만 관객이다. 영화표를 팔아 올린 매출액만 105억 원에 달한다.

‘오세이사’는 영화수입사 미디어캐슬의 손을 거쳐 국내에 소개됐다. 379만 명이라는 역대 최고 관객을 불러 모은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2017)을 수입한 전적이 있는 일본 콘텐츠 전문 회사다. 다만 큰 성공 직후 불거진 예상치 못한 ‘노재팬 운동’으로 사업이 존폐의 위기에 놓인 적도 있다고 했다. 30일 서울 강남의 미디어캐슬 사무실에서 만난 강상욱 대표는 “살아남아 있으니까 이렇게 인터뷰도 한다”며 웃었다.

▲'오늘 밤, 이 세계에서 사랑이 사라진다해도' 공식 포스터 (미디어캐슬)

강 대표는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대표 감독 반열에 오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기 애니메이션인 ‘초속 5센티미터’(2007)의 재무적 투자자로 16년 전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너의 이름은.’의 큰 성공 이후 실사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2017)로 46만 명을 불러들이는 등 시장 경쟁력이 있는 일본 콘텐츠를 들여오는 회사라는 신뢰도를 쌓았다.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 개봉을 앞두고 전개된 2019년의 노재팬 운동은 예상치 못한 큰 타격이었다. 강 대표는 “회사가 쓰러질 뻔했다. 최소 목표를 200만 관객으로 봤던 작품인데 ‘사회적 상황도 이런데 일본 영화 보러는 안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영화관, 편의점 등과 이야기했던 상품화 콜라보레이션 계획이 모두 취소되더라”고 기억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가세했다.

3년간 이어진 암담한 상황에서 올라온 구원투수가 최근 100만 관객을 넘긴 '오세이사'다. 강 대표는 당초 “(40만 부 넘게 팔린) 원작 소설의 인지도가 워낙 높았기에 50만 관객까지는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성적은 그의 예상을 딱 두 배로 뛰어 넘었다. 개봉 두 달 만인 지난 달 25일 주연배우 미치에다 슌스케가 공식 내한해 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이유다.

▲24일 공식 내한행사로 CGV 무대인사에 나선 '오늘 밤, 이 세계에서 사랑이 사라진다해도' 주연배우 미치에다 슌스케 (미디어캐슬)

‘오세이사’에 영예를 안긴 주요 관객은 1020세대다. CGV에 따르면 전체 관객의 64%가 1020 관객이다. 강 대표는 이 점을 미리 예측하고 신촌, 목동, 강남역 등 해당 세대의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에 벽보를 부착했다고 한다. tvN처럼 젊은 층이 시청하는 방송 채널에 광고를 집행하는 등 타깃 중심의 홍보 전략을 펼쳤다.

강 대표는 “'첫키스만 50번째', '이터널 선샤인' 같은 작품을 보고 자란 우리 세대에게 기억상실 로맨스는 더 이상 새로운 게 아니지만 (그런 걸 본 적 없는) 1020 세대에게는 굉장히 새로울 수 있는 소재”라고 짚으면서 “영화계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흥행이 많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시야를 넓혀야 한다. 요즘 트렌드가 뭔지, 남이 좋아하는 게 뭔지 알아야 한다”고 짚었다.

▲미디어캐슬이 수입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 포스터 (미디어캐슬)

미디어 캐슬의 다음 작품은 일본 애니메이션 대표 감독 반열에 오른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이다. 동일본대지진을 테마로 한 작품으로 완성도와 메시지를 두루 기대할 만하다는 설명이다.

3월 8일 신작 개봉을 확정하고 본격 홍보에 돌입한 강 대표는 지난 주말 일본으로 달려가 한국 관객을 위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소개 영상을 직접 촬영해왔다면서 “’너의 이름은.’의 성과를 넘어설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노재팬 운동 당시 “회사에 불을 지르겠다”는 협박 전화까지 받아봤다는 강 대표는 그럼에도 “문화 교류가 역사적 이슈에 영향을 받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일본 영화, 애니메이션을 전문으로 수입해온 기존 사업을 올해에는 배급까지 확장할 계획이라면서 “문화라는 건 대체재가 없다. 오직 그것만이 주는 재미가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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