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이재용 회장, 반도체 위기 어떻게 극복할까

입력 2023-02-02 15:15수정 2023-02-0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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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간 글로벌ㆍ상생경영 등 광폭 행보
위기 전운 감도는 삼성, 이 회장 역할 주목
M&A 및 미래 먹거리 발굴에 기대감 확대
글로벌 네트워크 넓히고 인재 영입도 활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반도체, 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향후 이 회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한파’의 직격탄을 맞아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4분기 DS(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97% 급감했다. 증권가에선 올해 1분기 반도체 부문 적자 전망도 나온다.

2030년 세계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 달성의 핵심 동력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은 대만 TSMC와 격차가 더욱 커진 상태다. 스마트폰 및 TV 사업 역시 쉽지 않다. 가전은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스마트폰도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이 회장은 위기 때마다 진짜 실력이 나온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2016년 미국 전장회사인 하만 인수, 5G 등 차세대 네트워크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하만은 80억 달러(약 9조3000억 원) 규모의 빅딜을 추진할 때만해도 일각에서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부 중 차세대 네트워크 사업과 함께 유일하게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회장은 미국, 일본 등지에서 수조 원에 달하는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수주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그동안 미래 통신시장 개척 의욕을 보이면서 전담조직 구성, 연구개발, 영업ㆍ마케팅까지 전 영역을 진두지휘한 효과가 뒷심이 됐다.

글로벌 경기침체 등 불확실성 지속하는 상황에서 이 회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이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삼성의 새로운 기회 모색에 나섰다. 상생 행보, 조직문화 개선 등도 적극 단행하는 모습이다.

위기 극복 해법 ‘M&A’…실현 가능성 기대↑

▲지난해 6월 네덜란드 ASML 본사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

무엇보다 재계에선 삼성전자의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 중 하나로 대형 인수합병(M&A)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M&A를 통해 정체된 기업 성장세를 끌어올리고 신사업 분야에서도 기술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사내게시판에 취임사를 갈음해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절박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며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라고 했다. 복합 위기를 극복할 해법을 인재와 기술력에서 찾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만큼 M&A 시계 역시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이 인수합병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달라”며 “보안 문제로 자세히는 말하지 못하지만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것도 힘을 싣는다.

나흘 중 하루는 해외…‘글로벌 광폭 행보’ 펼친 이재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에서 열린 바라카 원전 3호기 가동식에서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부총리 겸 대통령실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며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기간 중 4분의 1을 해외에서 보냈다. 이 같은 광폭 행보는 글로벌 사업 현장 점검과 함께 미래 먹거리 물색을 위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 시각이다.

이 회장은 해외 출장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찾은 데 이어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의 UAEㆍ스위스 순방 경제사절단으로 또다시 UAE를 찾았다. UAE는 이 회장이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찾은 첫 해외 사업장이다.

앞선 UAE 출장에서 이 회장은 중동 지역 법인장들에게 “중동은 기회의 땅”이라며 과감한 도전을 주문한 바 있다. 이후 윤 대통령과 UAE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현장을 찾아 UAE로부터 300억 달러(약 37조2600억 원) 규모의 투자 약속을 끌어내는 데 힘을 보탰다.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도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빛을 발했다. 이 기간 열린 윤 대통령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오찬에는 평소 친분이 있던 인텔과 퀄컴 등의 CEO를 직접 섭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에 이어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베트남에 있는 삼성 R&D(연구ㆍ개발) 센터 준공식에 참석했다. 이곳은 종합 R&D를 수행할 글로벌 전략 거점으로 꼽힌다. 준공식 전날 하노이 인근에 있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법인을 찾아 스마트폰 및 통신 장비 생산 공장을 각각 점검하기도 했다.

이 회장의 글로벌 사업 행보는 국내에서도 지속됐다. 작년 11월 ‘40조 투자 보따리’를 들고 온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의 회동한 데 이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피터 베닝크 ASML CEO와도 잇달아 만났다.

지난해 12월에는 인천 영종도에서 올리버 집세 BMW 회장과 만나 최신 BMW 전기차에 탑재되는 삼성SDI의 P5 배터리를 포함해 양사 간 협력 강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인재제일’ 기조 잇는 이 회장, 기술 인재 확보 가속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작년 10월 1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2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 폐회식에서 한국 선수단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협력사와 임직원을 챙기며 ‘상생 경영’도 펼쳤다. '동행 철학'이 이 회장이 그리는 '뉴삼성'의 한 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자 계열사뿐 아니라 금융 계열사까지 챙기며 회장으로서 리더십을 다졌다. 간담회를 통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이들의 바람을 경청하기도 했다. 광주 협력사를 찾아선 미래 동행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에 ‘2022년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 고양’을 직접 찾아 “현장의 경쟁력은 기술인재에서 나온다”면서 기술과 인재를 재차 강조했다.

이에 따른 인재 영입도 활발하다. 이 회장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경쟁사인 스웨덴 통신장비 회사 에릭슨 출신 임원 2명을 영입하고 네트워크사업부 산하에 신사업전략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강신봉 전 요기요 CEO도 온라인 세일즈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인텔 등에서도 인재를 잇달아 영입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위해 그동안 직원 간에만 적용했던 ‘수평 호칭’의 범위를 경영진과 임원을 대상으로 확대한 것도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이 회장은 "인재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며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나아가면서도 상황 변화에 유연하고 우리의 가치와 질서를 존중하면서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개방적인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 책임경영을 강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모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이 회장이 등기 이사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면서도 “현재 삼성물산 부당 합병 의혹 재판이 진행 중인 데다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리스크가 있는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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