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서 원하던 후분양, 막상 해보니…소비자·건설사 자금조달에 ‘난항’

입력 2023-01-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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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와 시민단체들이 꾸준히 요구하던 후분양 단지가 늘고 있지만 정작 청약 시장에서는 고배를 마시고 있다. 청약 시장이 얼어붙자 계약률이 급락하면서 미계약분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청약 당첨자는 당첨 이후 짧은 시간 내 잔금을 치러야 하고, 분양가도 상대적으로 높아 무더기 계약 포기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 더클래시’는 30일부터 총 27가구 무순위 청약(줍줍)을 진행한다. 이곳은 이달 입주를 시작한 후분양 단지로 총 53가구가 지난달 1순위 청약을 받았다. 당시 53가구 모집에 1028명이 몰려 평균 19.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대거 미계약분이 발생하면서 전체의 절반 이상인 27가구가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분양한 후분양 단지 ‘더샵 파크솔레이유’도 최근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다. 이 단지는 1순위 청약 당시 1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계약 포기자가 속출하면서 선착순 분양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수도권과 부산에서도 후분양 단지의 계약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청약 신청을 받은 경기 안양시 ‘평촌 센텀퍼스트’는 총 1150가구 모집에 350명만 청약통장을 던졌다. 평균 경쟁률은 1순위 기준 0.22대 1에 그쳤다. 부산 수영구 ‘남천자이’ 역시 116가구 모집에 73가구가 무순위 청약 물량으로 풀렸다. 남천자이는 1순위 청약 당시 최고 경쟁률 53.7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실수요자 몰렸지만, 전체 공급량의 절반 이상이 무순위 청약 물량으로 나왔다.

이처럼 최근 후분양 단지는 청약 단계에서 흥행하더라도 계약 단계에서 대거 포기자가 나오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청약자의 계약 포기 이유는 후분양 단지의 높은 분양가격과 짧은 자금조달 기간, 집값 내림세가 이어지는 부동산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집값 상승기에는 청약 완판과 집값 상승 기대감 등으로 문제가 없던 부분이 한꺼번에 곪아 터진 셈이다.

후분양 단지는 건설사들이 향후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분양을 뒤로 미룬 만큼 분양가격이 높다. 선분양에 비해 계약금과 중도금 비율이 낮은 만큼 회사가 위험부담을 안고 먼저 짓는 것이므로, 관련 금융 비용도 포함해 분양가를 높여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마포 더클래시’는 3.3㎡당 분양가격이 4013만 원에 달했다. 이는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평균 분양가 3829만 원보다 200만 원가량 높은 수준이다. ‘평촌 센텀퍼스트’ 역시 3.3㎡당 3100만 원 선으로 책정돼 주변 시세보다 1억 원 이상 비쌌다. ‘남천자이’도 3.3㎡당 분양가 3000만 원을 기록해 역대 부산 역대 최고 분양가인 엘시티(2730만 원)를 넘어섰다.

또 고금리 상황에서 단기간 내 아파트 대금을 치러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마포 더클래시’의 경우, 계약일에 계약금 20%를 내고 이후 30일 안에 중도금 20%를 추가로 내야 한다. 잔금 60% 역시 계약 이후 두 달(60일) 안에 치러야 한다.

▲서울 마포구 '마포더클래시' 전경 (사진제공=HDC현대산업개발)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전용 84㎡형이 14억 원 정도인데 잔금만 8억4000만 원이고, 잔금 대출을 받더라도 현금 6억 원 정도는 한 달 안으로 마련해 내야 하는 조건이다. 이를 맞출 계약자가 당첨자 가운데 몇이나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때문에 후분양으로 분양할 단지들의 부침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만 보더라도 서초구 ‘래미안원펜타스’(신반포15차)와 동작구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상도11구역) 등 핵심지 후분양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후분양 단지 계약 미달은 건설사들이 부동산 시장 침체를 예상하지 못하고 후분양을 선택한 것과 수요자의 집값 상승 기대감이 꺾인 결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올해 입주 물량도 대거 예고된 상황에서 전세도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후분양 단지들이 계속 고전할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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