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 뉴욕, 열한 명의 아이를 낳은 내 어머니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책의 서문이 이토록 책의 문제의식을 잘 드러내 주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한 사람이 평생 열한 명의 아이를 낳으려면 아무리 짧아도 9년 이상 임신 상태였다는 의미다. 그 삶을 감당해야 했던 여성의 고충을, 겪어보지 않은 자가 이해할 수 있을까. 신간 ‘마거릿 생어의 여성과 새로운 인류’는 피임을 공공연히 언급하는 게 터부시되던 1920년 미국에서 여성의 피임할 권리와 자유를 강조했던 마거릿 생어의 생각이 고스란히 녹아든 책이다. 빈민가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저자는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여성이 피임으로 과도한 출산을 제어하는 반면, 빈곤한 여성은 임신 중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짚는다.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피임에 대한 지식을 접할 수 있으면 굳이 여성이 낙태라는 방법을 선택할까?”라는 물음은 100년이 흐른 시점에도 여전히 생각해볼 만한 지점을 남긴다.
2019년 4월 10일 화요일 15시 07분, 브뤼셀 유럽집행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서 엄청나게 큰 블랙홀을 찍은 사진이 언론에 최초 공개됐다.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에 존재하는 지름 1000억 킬로미터의 거대한 블랙홀, M87*이다. 빛까지 빨아들이는 블랙홀을 어떻게 사진에 담아낼 수 있었던 걸까. 신간 ‘이것이 최초의 블랙홀 사진입니다’는 ‘사건 지평선 망원경(EHT)’을 활용해 이미지를 관측하고 대중에 알리기까지의 긴 여정을 상세하게 정리한 책이다. 특히 3부에 그 여정이 집약돼 있으며, 책 표지와 본문 중간에 실린 실제 관측 사진들이 저자들의 증언을 생생하게 뒷받침한다. 2019년 당시 블랙홀 사진을 직접 발표했던 하이노 팔케 네덜란드 라드바우드 대학교 전파천문학 교수와 그를 인터뷰한 외르크 뢰머 슈피겔 과학 기자가 공동집필했다.
청소년 우울증, 자살유가족 문제, 사회적 재난 이후의 트라우마, 마약 중독까지… 신간 ‘그대의 마음에 닿았습니다’는 심각한 마음의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과 실제 상담에 나섰던 아홉 명의 정신과 전문의들이 펼치는 담담한 고백이다. 의료 서비스 제공자로서 경험한 영웅담을 늘어놓기보다는, 자신과 가족이 실제 경험했던 비슷한 사례를 털어놓으며 그간 만나왔던 상대의 아픔에 진지하게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들이 어떤 연유로 상담을 지속하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김은영, 정찬승, 심민영, 천영훈, 백종우, 이정현, 백명재, 전진용, 정찬영 등 9명의 정신과 의사가 공동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