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인사이드] "같은 속도에서 사고, 내연차보다 위험"…전기차 발목잡는 '무게'

입력 2023-01-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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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 호멘디 의장
"무게ㆍ크기 증가로 사고 위험 더 커"
GMC 허머 EV, 4100kg 달해
자동차 업계, 경량화 노력 부족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늘어난 차 무게 탓에 교통사고 사망자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 아이오닉 5 충돌시험 모습. (사진/자료=현대차)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무겁다. 배터리 무게 덕에 묵직한 승차감과 주행안정감도 누릴 수 있다. 다만 이처럼 늘어난 무게가 전기차 시대에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미국에서 교통사고 조사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 독립 기구는 전기차의 무게 및 크기의 증가로 인해 치명적인 교통사고의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제니퍼 호멘디 의장은 최근 정책 설명회 기조연설을 통해 "전기차를 포함한 차량의 중량과 크기 증가 등에 따른 중상과 사망 위험성의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특정 전기차를 언급하기도 했다. 제너럴모터스(GM) 산하 브랜드 GMC 허머 EV다. 이 차의 총중량은 무려 약 4100kg에 달한다. 배터리팩 무게만 혼다의 준중형 승용차 '시빅'과 맞먹는 1315㎏에 달한다. 이렇게 늘어난 차 무게는 사고 때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호멘디 의장은 주장했다.

그는 "포드의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은 내연기관을 얹은 동일 차종보다 무게가 약 3000파운드(약 1360㎏) 더 나간다. 포드 머스탱 마하-E 역시 동급의 내연기관 차보다 약 33% 더 무겁다"며 이같이 밝혔다.

친환경 재생 에너지를 사용할 경우 전기차는 탄소배출 측면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그는 "교통사고 사망자의 증가처럼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늘어난 차 무게 탓에 같은 속도의 사고에서도 운전자와 승객의 상해 위험도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블룸버그는 호멘디 의장의 이번 발언 배경과 관련해 "전기차는 기본적으로 배터리가 무거운 데다 더 비싼 차를 만들려는 자동차 제조사의 욕심이 더해져 차 크기가 점차 커질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전기차 배터리 1kWh(킬로와트시)당 무게는 약 5kg에 해당한다. 1회 충전으로 최대 484km를 달릴 수 있는 현대차 아이오닉 6 롱레인지의 배터리 용량은 77.4kWh. 배터리 무게만 약 390kg에 달한다.

뉴턴의 운동 법칙 가운데 하나인 ‘가속도 법칙’에 따르면 힘(F)은 물체의 질량(m)과 가속도(a)를 곱한 값이다, 가속도(a)가 동일해도 질량(m)이 크면 힘(F)이 더 커질 수 있다.

전기차 시대 초기, 전기차의 가치를 판단하는 큰 기준 가운데 하나가 1회 충전 주행거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조사는 자동차 경량화에 더 노력할 수 있지만, 여기에 더는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어려운 경량화보다 배터리 기술을 끌어올리는 게 더 쉽고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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