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부원에 야구공 물리고 주먹 위협…법원 “벌금 700만원”

입력 2023-01-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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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ㆍ지도에 필요한 정당행위” 주장…法, 받아들이지 않아

▲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게티이미지뱅크)

훈련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속 운동부원에게 야구공을 물린 지도자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김태균 부장판사는 최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수도권의 한 중학교 운동부 코치 AㆍBㆍC 씨에게 각각 벌금 700만 원과 300만 원, 500만 원을 선고했다.

경찰과 검찰 등에 따르면 A 씨는 2018년 12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총 7회에 걸쳐 자신이 지도하는 운동부원을 도구나 손으로 때리거나 위협했다. 2018년 12월에는 자신이 근무하는 운동장 인근에서 운동부원인 지도 학생이 훈련 지시에 잘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생에게 야구공을 물게 한 뒤 주먹으로 때릴 듯한 태도를 보였다.

같은 소속인 B 씨는 2019년 4월 별다른 이유 없이 운동장에서 지도 학생 두 명의 코를 손가락으로 쥐고 흔들었다. C 씨는 역시 2019년 1월 약 1.5m 길이 스테인리스 막대로 지도 학생 머리를 때렸다. 이후 총 3회에 걸쳐 도구나 손ㆍ발로 걷어차는 방법으로 신체적 학대행위를 가했다.

이들은 훈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와 부상을 방지하고 훈련과 지도에서 필요한 정도의 행위였다며 정당행위라고 주장했다. 신체나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학대의 범의도 없었다는 것이다.

김 판사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당행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긴급성,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 요건을 갖춰야 하지만 전후 사정과 행위 내용 등을 법리에 비춰보면 정당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 목적이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 행위로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이나 가능성이 있음을 미필적으로 인식하면 충분하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이 소속 운동부원들을 상대로 학교 운동장에서 반복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위협을 가했고, 이러한 행위로 피해 아동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 등이 발생했다고 보인다"며 "범행내용과 수법, 횟수, 피고인들과 피해 아동들과의 관계 등을 비춰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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