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의 일, 삶, 배움] 여성가족부 존폐와 평생교육의 미래

입력 2023-01-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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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뜨겁게 달구었던 여성가족부 폐지 논쟁이 올해를 지나 내년 국회의원 선거까지 이어질 모양새이다. 여가부 폐지에 필자가 관심을 가진 것은 페미니즘 논쟁이나 남녀 간 불평등 존재 여부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여가부가 폐지된다면 교육부가 무관심한 초중등 문화, 교양, 예술, 체육 같은 평생교육과 2021년 기준 6~17세 14만5000명으로 추산되는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평생교육은 누가 담당하는가였다.

1999년 처음 제정된 평생교육법에는 모든 국민이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로 평생교육을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을 관할하는 교육부의 평생교육정책은 대학 지원을 위한 성인 학위취득 평생교육과 학교, 학력 중심의 초중등 정규교육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성인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직업능력 향상 교육은 고용노동부가 총괄하고 있으며 초중등의 전인교육에 필요한 취미, 교양, 문화예술 체육, 시민교육 등의 평생교육은 여가부가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가부가 초중등 평생교육과 학교 밖 청소년의 평생교육을 관리하게 된 배경은 과거 ‘문교부의 청소년과’, ‘체육청소년부’, 문화관광부 내 있던 청소년 정책이 여가부가 만들어지면서 이관되었기 때문이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여가부의 ‘내일이룸’ 직업훈련은 오늘날 실업자 직업훈련의 모태인 고용노동부의 정부 위탁 훈련(취업사관학교)이 이관된 사업이다. 만일 여가부가 폐지되면 이들 사업은 고향인 문화관광부, 고용노동부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문제는 초중등 평생교육을 평생교육법을 주관하는 교육부가 수수방관만 하는 것이 타당한가이다. 학교 밖에서의 교육과 학위취득이 아닌 교육이 교육부와 교육청이 추구하는 교육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문화관광부의 청소년 관련 정책은 평생교육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의 것인데, 평생교육법이 만들어진 현 상황에서 문화관광부로 돌려보내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또한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직업훈련이 고용노동부에서 여가부로 이관되는 전 상황을 지켜본 필자로서는 고용노동부로 되돌아간다고 해서 학교 밖 청소년의 평생교육이 성의 있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따라서 여가부가 폐지된다면 교육부와 지방 교육청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에 관한 관심과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2002년 평생학습 기본계획이 처음 발표된 이래 2022년 12월 5차 기본계획 발표까지 그 어디에도 미성년 평생교육 활성화에 관한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평생교육법 5조에는 국가와 지자체의 임무에 대해서만 적시하고 있다. 일선 교육청의 역할과 임무는 없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20조 교육감의 관장사무에서만 ‘평생교육, 그 밖의 교육·학예진흥에 관한 사항’이라고 적시하여 지역 교육감이 지역 내 평생교육을 관장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학력, 학위 중심의 학교 정규교육 외에 별다른 평생교육 정책을 가진 지역 교육청을 찾기는 어렵다.

심지어 교육청 산하 산업정보 학교에 입학하지 못한 연간 1만 명가량의 일반고 비진학자를 위한 직업교육은 고용노동부 직업훈련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특성화고 학점제에 관련해서도 교육청은 몇 가지 운영 원칙을 가지고 민간 직업훈련기관이나 지역 내 폴리텍 대학의 교육과정을 승인하는 것 외에 별다른 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여가부가 폐지되지 않고 유지되더라도 초중등 미성년을 위한 평생교육의 주체는 교육부와 교육청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라도 평생교육법 개정을 통해 지역 교육감의 임무를 명시적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자체와 교육청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가지고 25~79세 성인 0.8%만이 참여하는 평생교육이 아닌 유치원생부터 고령의 노인까지 전 연령대 99%가 평생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공공형 시민대학 설립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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