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된 법정 최고금리 20%] 불법인 줄 알면서도…"당장 20만 원 빌릴 데가 없어요"

입력 2023-01-29 18:00수정 2023-01-2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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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없어서 급전 대출받는 서민
한겨울 칼 추위에도 보일러는 사치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려 손해 입기도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 취업준비생 김모(31) 씨는 평년보다 일찍 찾아온 추위로 보일러를 틀었다가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 고지서에 적힌 금액은 12만6000원으로 한겨울에 매일같이 난방할 때나 나올 금액이었다. 전년 동월(8만8000원)보다 약 20% 오른 것이다. 더군다나 물가가 상승하면서 식비도 불어나 당장 생활비 20만 원이 부족한 상황. 소득이 없는 저신용자로 돈 빌릴 데 없는 김 씨는 사채업자를 찾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 장모(45) 씨는 실직 후 생활비가 부족해 대출 플랫폼에서 30만 원을 빌렸다. 비대면으로 대출을 받고 싶다고 적었지만, 연결된 사채업자는 일단 대면을 요구했다. "30만 원을 빌려줄 테니 50만 원으로 갚으라"는 사채업자의 터무니없는 이자율 제시에 장 씨는 빌리지 않기로 했다. 그러자 사채업자는 출장비 명목으로 10만 원을 요구했다. 장 씨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항의하자 사채업자는 그제야 돌아갔다.

대출절벽에 물가까지 폭등하면서 취약차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조달 비용이 상승하자 마진을 내기 어려워진 2·3금융권마저 대출 문을 걸어 잠궜다. 결국 갈 곳 없는 취약차주들은 불법 사채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캐피털·저축은행 등 2금융권 업체 10여 곳은 토스, 카카오페이 등 대출 중개 플랫폼을 통한 대출 신청을 막아둔 상태다. DGB캐피탈·웰컴캐피탈은 이달 말까지 신용대출 신청을 받지 않고 있다.

캐피털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도 작년 말 외부 플랫폼을 통한 신규 대출 영업을 중단했다. 특히 예가람·대신·고려·DB저축은행 등은 '햇살론' 신청마저 받지 않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20% 제한'으로 마진을 내기 어려워진 2·3금융권 업체들이 연이어 대출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마지막 제도권 금융인 대부업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업계 1위 업체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는 지난해 12월 26일 신규 대출 중단을 선언했다. 이곳 외에도 12개 대부업체가 신규 대출을 중단한 상황이다.

정부는 2021년 7월 고금리 대출자의 부담을 낮춰 주겠다며 시행령을 개정해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0%로 내렸다. 즉 우리나라에서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대출에 적용할 수 있는 금리는 연 20%를 넘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20%로 묶어둔 법정금리 상한선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작년 한 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두 배 넘게 올랐지만, 그 비용을 상품의 판매가라고 할 수 있는 금리에 반영을 못 하니 마이너스 마진이 발생할 수밖에 없게 돼 대출 문을 좁히는 것"이라며 "조달 비용에 중개 플랫폼 수수료와 대손 비용까지 고려하면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인 상황에서는 신규 대출을 할수록 손해"라고 털어놨다.

결과적으로 저신용 취약차주들은 제도권에서 배제되게 됐다. 문제는 이러한 취약차주들을 악용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의 신고 건수는 2020년 7351건에서 2021년 9238건으로 늘었다. 작년엔 8월까지 신고 건수가 6785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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