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에 숨죽인 구현모 대표 연임…"쪼개기 후원, 불법 인지 못했다" 입장 유지

입력 2023-01-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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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진제공=KT)

국민연금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구현모 KT 대표이사의 연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른바 ‘쪼개기 후원’ 사법 리스크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재판에서는 구 대표가 정치자금 조성과 국회의원 후원 관련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핵심 관계자의 진술이 나왔다. 다만 구 대표의 연임이 결정되는 주주총회 후 1심 재판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구 대표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맹수호 전 KT CR(Corporate Relations) 부문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맹 전 부문장은 법정에서 2016년경 황창규 전 대표이사에게 '부정한 방법으로 조성한 부외자금을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으로 사용한다'는 내용을 보고하는 자리에 구 대표이사가 배석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또 CR 부문장으로 부임하면서 인수·인계받는 자리에서 전임 부문장으로부터 '구 전 대표와 부외자금 조성을 협의했다'는 내용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정치 자금 후원에 임원을 동원하는 내용도 구 대표와 협의하고 동의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구 대표는 2016년 20대 총선 이후 회사 대관 담당 임원들로부터 부외자금을 받아 국회의원 13명의 후원회에 자신 명의로 총 1400만 원의 정치자금을 불법 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구 대표는 경영지원총괄 부사장급 임원이었다.

이와 관련 KT와 대관 담당 임원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 사이 상품권을 매입해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 깡’으로 11억여 원의 부외자금을 조성하고, 국회의원 99명에게 쪼개기 후원 방식으로 4억3800만여 원을 불법 기부한 혐의를 받았다.

맹 전 부문장과 대관 담당 전무, 상무 등은 지난해 6월 각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KT 법인은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임원들은 재판 결과를 받아들였고, KT 법인은 항소했다.

명의를 빌려준 구 대표는 벌금 1500만 원의 약식명령에 불복해 다른 고위직 임원 9명과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구 대표는 당시 자금이 불법적으로 조성됐다는 점을 알지 못했고, CR 부문에서 정치자금 명의를 빌려서 해달라는 요청이 불법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재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다른 혐의와 분리선고하게 돼 있어 투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업무상 횡령 관련 공판이 3월 3일 예정됐고, 4월 7일에도 공판기일이 잡혀 3월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 1심 결과는 나오지 않게 됐다.

유죄로 결론이 나더라도 규정에 위반되는 등 직접적인 절차 위반 사유가 발생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KT 관련 규정에 따르면 금고 이상 형을 받거나 금고 이상 형의 선고유예, 집행유예를 받으면 선임이 제한된다. 구 대표는 정식 재판에 넘겨지기 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000만 원, 업무상 횡령으로 500만 원의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았다. 정식재판에서도 유죄가 선고될 경우 벌금형에 그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국민연금과 정치권의 반대 등 외풍이 거센 상황에서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질 수 있다. KT와 구 대표가 책임을 피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구 대표가 첫 임기를 지켜가던 지난해 말 KT는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 행위를 처벌하는 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한편 참여연대는 최근 KT의 현직 대표이사 연임우선심사 제도가 정관상 근거가 없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KT의 현행 대표이사 연임우선심사 제도는 경영에 대한 내부 견제가 작동할 수 없게 하는 불공정한 경쟁시스템이며 셀프연임을 가능하게 하는 잘못된 제도”라며 “위법에 연루되거나 횡령사범으로 재판에 회부된 현직 대표이사들의 황제연임이 성공할 수 있었고, 이는 KT의 기업이미지 실추는 물론 기업 경쟁력의 궁극적인 저하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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