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말바꾼 키신저 “우크라, 나토 가입 적절”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2018년 상원 청문회에 출석했다. 워싱턴D.C./AP뉴시스

'외교 전설'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1년 만에 입장을 선회해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평화협정을 체결하게 된다면 러시아가 국제사회에 다시 합류할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러시아와의 대화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CNBC에 따르면 키신저는 이날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에 대한' 감정으로 러시아와 서방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자칫 이러한 갈등이 러시아가 유럽의 지배에 대한 두려움과 유럽 문화를 동경했던 자신의 역사적 위치를 재평가하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만의 정책을 추구할 수 있는 국가로서 러시아를 파괴할 경우 11개의 시차와 함께 1만5000개 이상의 핵무기가 존재하는 광활한 지역을 내부 갈등과 외부 간섭에 노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키신저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면서 "필요하다면 휴전이 성사되거나 휴전 관련 예비 논의가 성사되기 전까지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국민의 영웅적인 행동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면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언젠가는 적절한 결과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평화협정을 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에 영토 일부를 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가 우크라이나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는 또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격파하려는 서방의 시도는 유럽의 장기적인 안정에 비참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서방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키신저는 1973년부터 1977년까지 리처드 닉슨과 제럴드 포드 대통령 집권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1969년부터 1975년까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도 활동했으며 미국과 소련,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통한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실주의자로 평가받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