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회슬라를 봤나”…테슬라 가격 인하에 중고차 시장도 ‘부글부글’ [이슈크래커]

입력 2023-01-17 16:05수정 2023-01-1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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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감소로 재고가 늘어난 후 콧대높던 테슬라도 최대 20% 파격할인에 돌입했다. 사진은 모델Y 모델.(테슬라 홈페이지)

없어서 못 팔았던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신차 가격을 최대 20% 인하하기로 했다. 실적 악화 우려 속에 연이은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 현상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주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계약 후 차량도 받지 못했는데, 1000만 원이나 싸졌다”며 “회사가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회슬라(회처럼 시가로 차를 판다는 뜻)’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테슬라의 기준 없는 가격 정책은 중고차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기차를 생산하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시장을 예의주시 중이다.

싸게 팔아도 문제…중국선 보상 시위도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테슬라는 대규모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테슬라는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남아돌자 미국을 비롯해 아시아와 유럽 시장에서 세단인 △모델3 △모델S, SUV인 △모델Y △모델X의 판매가를 최대 20% 내렸다.

이에 따라 모델3의 경우 1만 달러(약 1240만 원), 모델Y는 1만3000달러(1614만 원) 싸게 살 수 있다. 이전 테슬라 차량을 산 오너들은 1만 달러 이상 웃돈을 주고 구매한 셈이 됐다.

지난해 9월 7만7000달러를 주고 모델Y를 샀다는 메리앤 시먼스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속은 것 같다. 소비자로서 이용당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만3000달러는 막 테슬라를 산 사람들에게는 절망감을 주는 큰 할인”이라며 “다시는 테슬라를 사지 않을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중국에서는 시위까지 벌어지고 있다. 테슬라 차를 산 구매자 잭 브래드햄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말 테슬라 블랙 모델Y를 샀는데, 내가 낸 6만9000달러보다 현재 1만2000달러가 더 싸다”라고 씁쓸해했다.

구매자들 사이에서는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오너는 “불과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에 모델3를 샀다”며 “테슬라가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해주면 좋겠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테슬라 매장에 연락을 취해봤지만, 아무도 연락이 닿질 않는다”며 “전화도 걸고 트윗을 했지만 응답이 없었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테슬라는 지난해 6월 최대 6000달러 가격을 인상했다가 6개월여 만에 다시 할인에 나섰다.(뉴시스)

‘전기차 포비아’에 무너진 테슬라 콧대

이번 가격 인하는 신차 재고가 늘고, 판매량은 기대치에 못미치면서 조정 압력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만드는 족족 팔린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친 이유는 고금리의 영향도 있지만, 기행을 일삼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신뢰 하락도 무시할 수 없다.

더구나 잇단 전기차 화재로 친환경 차란 인식보다 위험할 수 있는 차란 이미지가 나오고 있다. 최근 테슬라 차주들은 혹시 모를 비상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탈출 훈련까지 한다고 한다.

판매 부진에 테슬라는 결국 가격 할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테슬라가 과감하게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건 17.2%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지난해 3분기 기준) 덕분이다. 영업이익률이 5~10% 수준인 기존 완성차업체는 쉽게 취하기 힘든 전략이다.

그러나 올해부터 부품 공급난 해소로 생산이 정상화하며 신차 판매 경쟁이 격화하는 터라 글로벌 완성차업계로선 두고만 볼 수 없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배수의 진’을 친 테슬라를 따라 전통 완성차업체들도 가격 경쟁에 참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기차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치면 추격이 쉽지 않은 만큼 마진을 포기하고 치킨 게임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통 완성차업체와 테슬라의 또 다른 점은 구독 서비스다. 테슬라는 판매량이 늘수록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에 따른 수익이 커진다. 또 운행 대수가 많아질수록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가 기하급수로 쌓이는 점도 긍정적이다.

▲서울 성동구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가 중고차 가격가지 붕괴시키고 있다.(뉴시스)

중고 테슬라도 가격 뚝뚝…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예의주시

테슬라의 가격 인하는 중고차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카 딜러 매거진’ 편집장인 제임스 바고트는 “테슬라 가격 인하는 중고 테슬라 가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에선 이미 중고 테슬라의 가격뿐 아니라 다른 전기차까지 무너지기 시작했다.

중고차 견적비교 애플리케이션(앱) 헤이딜러의 ‘주요 전기차의 중고 시세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승을 거듭하던 전기차 중고 시세는 3개월 만에 20% 급락(1월 10일 기준)했다. 헤이딜러는 “최근 테슬라가 국내 신차 판매 가격을 10% 넘게 인하한 것과 더불어 중고차 시장의 전반적인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자료는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9개월 동안 헤이딜러에서 경매가 진행된 주요 전기차 5개 모델의 거래 결과를 분석한 데이터다.

테슬라 모델3는 2021년 6월까지 상승세를 거듭하며 평균 중고차 시세가 5714만 원을 웃돌았다. 이는 2021년 초와 비교했을 때 16% 상승한 가격이다. 하지만 최근 3개월간 중고차 시세가 20% 떨어져, 현재 테슬라 모델3는 평균 4243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테슬라 모델3 외에도 주요 전기차 모델 모두 중고차 시세가 15% 이상 모두 급락했다. 테슬라 모델3(-20.1%), 아이오닉5(-19.5%), EV6(-16.6%), 모델Y(-16.3%) 순으로 하락 폭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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