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액션, 미술로 완성한 독립운동의 무드 '유령'

입력 2023-01-1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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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스틸컷 (CJ ENM)
조선총독부에서 일하는 5명의 인물이 대저택 밀실로 끌려온다. 제각각의 이유로 항일 독립운동 단체인 ‘유령’의 스파이로 지목된 이들은 일제 경호대장(박해수)의 고문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거나, 의심되는 주변 사람을 지목해야 한다.

11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공개된 이해영 감독의 ‘유령’은 조선이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 지 20여 년이 흐른 1933년, 여전히 독립운동을 포기하지 않은 흑색단원의 이야기를 밀실 배경의 추리, 액션물 형태로 완성한 작품이다.

초반부터 유령임이 암시되는 암호문 기록 담당 박차경(이하늬), 거친 성질머리로 눈길을 사로잡는 정무총감 비서 유리코(박소담), 집에 두고 온 고양이에게 밥을 줘야 한다는 일념이 가득한 천계장(서현우), 일제에 헌신하는 통신과 감독관 쥰지 (설경구)와 통신과 직원 백호(김동희) 등 캐릭터 특색이 또렷한 인물이 서로를 의심하거나 지켜주려는 가운데, 모종의 사건이 벌어지며 본격적인 탈출 액션이 시작된다.

▲'유령' 스틸컷 (CJ ENM)

결백을 입증하려는 쥰지 역의 설경구와 유령임을 들키지 않으려는 박차경 역의 이하늬가 맞붙는 두 차례의 액션 시퀀스는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다. 성별과 체급에 차이가 있는 두 배우가 한 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액션을 소화하며 박진감을 선사한다.

11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해영 감독은 “액션 신을 설계할 때 절대 성별 간의 대결로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면서 “남녀가 싸우는 느낌이 아니라 각자의 입장과 감정을 지닌 이들이 마치 계급장을 떼고 붙는다는 표현처럼 '성별을 떼고 기세로 붙는다'는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쥰지 역을 맡아 자리에 함께한 설경구는 “(기세 좋은) 이하늬와 붙어 많이 버거웠다”며 웃었고, 그와 액션 합을 맞춘 박차경 역의 이하늬는 “역도산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몇 개월을 살았다”고 유쾌한 답을 전했다. 설경구가 2004년 개봉한 ‘역도산’에서 거구의 프로레슬러 역도산 역을 맡은 걸 두고 전한 이야기다.

두 배우의 이야기를 듣던 이 감독은 “처음에는 (성별도, 액션 경험도 차이가 있는 두 배우가 맞붙는 만큼) 이하늬 배우를 많이 케어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호텔방 몸싸움 신을 두 컷 정도 찍고 나서부터는 설경구 선배님이 괜찮은지를 살폈다”면서 “이하늬는 그냥 마동석이었다”며 웃었다.

▲'유령' 포스터 (CJ ENM)

‘유령’의 또 다른 관람 포인트는 박소담이 연기한 유리코다. 화려한 차림새와 거친 성격으로 눈길을 끄는 캐릭터는 중반부 이후 숨겨진 사연을 드러내며 액션 맹활약을 펼친다. 이날 박소담은 극 중 들었던 ‘살아라’는 대사를 언급하며 “그때 저에게 굉장히 필요했던 말이었다. 혼자 많이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너무 좋은 사람(감독과 동료 배우들)을 만난 것 같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박소담은 ‘유령’ 촬영을 마친 뒤인 2021년 갑상선 관련 질병으로 큰 수술을 경험한 바 있다. 이 감독은 “(촬영 당시) 그걸 몰랐던 내가 너무 많은 걸 요구하고 시켰구나 싶었다”고 고백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일제강점기 경성 시절의 현대적이고 화려한 옷차림, 고풍스러운 건축물과실내 인테리어 등 ‘유령’은 영화적 볼거리 갖추는 데도 공을 들였다.

여기에 여성 배우의 과감한 액션과 성 소수자 코드가 곁들여지면서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여타 영화와는 차별화된 개성있는 분위기를 갖춘다. 덕분에 짧게 출연하는 배우 이솜의 존재감도 도드라진다.

이 감독은 “편하게 넘어간 순간 없이 매번 내 발품과 에너지를 요했던, 정말 손이 많이 간 영화”라고 전하면서 “1년 반동안 후반작업을 하면서 10만 번은 본 이 영화를 처음으로 보여드리는 이 순간이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유령’, 18일 개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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