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착륙’ 청신호...시장과 연준은 ‘치킨게임’

입력 2023-01-1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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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CPI 상승세 둔화에 시장 기대감 커져
전문가 “연준, 금리 인상 중단해야”
관건은 낮은 물가 속 고용시장 강세 유지 여부
최근 정리해고에도 실업수당 청구 감소 ‘희소식’
다만 연준이 입장 고수하면 시장 타격 입을 수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열린 중앙은행심포지엄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스톡홀롬/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6개월 연속 둔화하면서 경제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시장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가 지나기 전 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예상한다. 다만 연준은 과거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하겠다고 못 박은 터라 자칫 시장과 연준 간의 치킨게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현재 추세는 우리가 원하는 만큼 빠르진 않더라도 매우 분명하게 연착륙을 향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12월 CPI는 에너지 가격 하락이 주도했다”며 “상품 가격은 평소와 달리 크게 올랐다가 다시 크게 하락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정책연구센터의 딘 베이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위터에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CPI는 마이너스(-) 1.0%, 다시 말해 디플레이션”이라며 “연준은 승리를 선언하고 금리 인상을 중단할 때”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6.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상승률은 9.1%로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6월 이후 6개월 연속 떨어졌으며, 2021년 10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미국 월별 소비자물가지수(CPI) 등락률 추이. 기준 전년 대비. 12월 CPI(실선): 6.5%. 근원 CPI(점선): 5.7%. 출처 CNBC.
시장은 2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ME그룹은 연준이 0.25%p 인상할 확률을 93.2%로 책정하고 거의 확실하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여전히 관건은 고용시장이다. 전문가들이 꼽는 연착륙의 핵심은 고용시장의 약화 없이 물가만 낮아지는 것이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은 20만5000건을 기록해 여전히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전주 대비 1000건 감소하는 등 조금씩 줄고 있다는 점도 분명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주요 기업들이 대대적인 인력 감축에 나선 상황에서도 실업수당 청구가 줄었다는 점에서 고용시장이 탄탄하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찰스슈왑의 랜디 프레데릭 이사는 “고용시장을 무너뜨리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다면 그건 ‘골디락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 상황)’의 연착륙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지난달 14일 트레이더가 머리를 감싸고 있다. 뉴욕(미국)/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과 시장이 각자 입장만 고집한다면 어느 양쪽이 포기하지 않으면서 다 같이 피해를 보는 이른바 ‘치킨게임’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시장이 금리 인하에 베팅하면서 미리 움직였다가 자칫 연준 정책과 부딪혀 변동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연준이 올해까지 긴축을 이어간다는 입장이고 시장은 하반기 금리 인하에 무게를 두며 맞서는 분위기다.

지난번 FOMC 의사록에서 연준은 “연준에 대한 대중의 오해와 이로 인한 금융환경의 부당한 완화는 가격 안정성을 회복하려는 우리 노력을 복잡하게 할 것”이라며 한 차례 경고하기도 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의 시모나 모쿠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승리를 선언하는 데 가까워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0.25%p 인상으로 지표 개선을 인정할 수 있지만, 말로 표현하는 데는 매우 신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꽤 오랫동안 FOMC에서 나오는 어조와 단어가 극적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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