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서방, 원유·천연가스 이어 정유제품에도 대러 제재 임박...국제유가 요동

입력 2023-01-1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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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가 상품인 디젤·저부가 연료유 제재 대상
원유 가격 상한제보다 러 경제 타격 더 클듯
푸틴 내달 1일 보복 조치로 석유제품 판매 일시 중단 선언
서방 vs. 러 갈등 고조에 국제유가 3% 급등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한 주유소에 주유기가 나란히 보인다. 프랑크푸르트(독일)/AP뉴시스
미국과 동맹국들이 대러시아 제재 추가 조치로 러시아의 정유 제품 수출가격 상한을 부과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사실상 천연가스와 원유에 이어 정유 제품에도 추가 제재를 마련하는 것이다.

WSJ는 미국 재무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이번 주 러시아산 정제 유류 제품에 대한 제재의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제재안은 2월 5일 발효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논의되는 제재안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디젤유와 같은 고부가 수출품에 대한 가격 상한을 두는 방안이고 다른 하나는 대상이 연료유와 같은 저부가 수출품이다.

이미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 호주 등 27개국은 지난해 12월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의 가격을 배럴당 60달러(약 7만4700원)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가격 상한을 넘긴 원유를 운송하는 해운사는 미국·유럽 보험사의 서비스 이용 등이 제한되는 형태다. 이번에 추진되는 정유 제품에 대한 수출 가격 상한제 역시 특정 가격을 넘어선 러시아산 제품을 운송할 경우 보험 서비스가 제한된다.

러시아산 디젤 등 정제유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내달 추가 제재를 대비해 이미 디젤 재고를 최대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EU는 천연가스값 급등을 막기 위해 다음 달 15일부터 1년간 천연가스에 대한 가격 상한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가격 상한제는 세계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러시아산 에너지 제품 수입에는 압력을 가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WSJ는 디젤 등 정제 유류제품에 대한 제재가 원유보다 러시아 경제에 입힐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는 원유 가격 상한제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과 인도 등에 싼값으로 원유를 수출하고 있지만, 정제 유류제품의 경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과 인도는 주요 정유업체를 확보하고 있어 타국에서 만들어진 제품 수요가 많지 않다. 정제 유류제품을 운송하기 위해선 일반 유조선보다 작고 특수한 선박이 필요하다는 점도 러시아가 남미나 아프리카 등 새로운 시장 개척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이들 지역에서 러시아산 정유 제품 수요가 있어도 운송 조건이 까다로워 수출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 최근 한달간 추이. 단위 배럴당 달러. 11일(현지시간) 종가 77.41달러. 출처 마켓워치
러시아는 서방의 가격 상한제 도입 움직임에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지난달 2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월 1일부터 7월 1일까지 5개월간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도입한 국가와 기업에 석유 및 관련 제품 판매를 금지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WSJ는 러시아가 실제로 푸틴의 대통령령을 어떻게 시행할지는 불분명하지만, 해당 조치 역시 러시아산 석유 제품 거래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유가는 제재 추진 소식에 3% 이상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2.29달러(3.1%) 오른 배럴당 77.41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3월물 브렌트유는 2.57달러(3.2%) 뛴 배럴당 82.67달러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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