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세계 경제…떠오르는 불안한 희망 ‘중국’

입력 2023-01-11 15:20수정 2023-01-1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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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1.7%로 하향
“금리 1%p 더 오를 경우 경기침체 불가피”
파월 “물가 안정 위해 인기 없는 정책 필요” 강조
중국 ‘경기부양 사활’…내수 회복이 관건

▲사진은 중국 광저우에서 1일 주민들이 한 쇼핑몰을 방문해 새해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다. 광저우(중국)/신화연합뉴스
세계 경제가 벼랑 끝에 내몰렸다. 세계은행(WB)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추고 경기침체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중앙은행이 긴축 고삐를 당기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기는 후퇴가 불가피해졌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고 경제활동을 재개한 중국이 그나마 반등에 성공할 것으로 점쳐진다. 중국이 내수 회복을 바탕으로 또다시 세계 경제 구원투수로 나설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10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6월의 3.0%에서 대폭 하향한 1.7%로 제시했다. 세계은행의 이번 성장률 전망치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경제가 사상 최악의 역성장을 기록한 2020년을 제외하고 30년간 가장 낮다.

이전 전망 보고서에서 지목한 위험 요인들이 현실이 됐다는 점을 전망치 하향 배경으로 꼽았다. 물가가 무섭게 뛰었고, 이를 제압하기 위해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면서 성장이 급격히 둔화했다는 설명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몰고 온 공급망 붕괴도 세계 경제 뒷걸음질을 부채질했다.

복합적 위기가 세계를 강타한 결과, 대부분 국가가 급격한 경기둔화를 피하기 힘들게 됐다. 세계은행은 선진국의 95%,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70%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개월 전보다 낮췄다.

특히 선진국 경기후퇴가 신흥국과 개도국의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커졌다. 세계은행은 선진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2.5%에서 올해 0.5%로 대폭 끌어내렸다.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 2.4%와 3.0%에서 0.5%와 0%로 각각 하향했다.

아이한 코세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이제 기본 시나리오가 됐다”며 “세계 경제가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고 금융환경이 조금만 더 악화할 경우 경기침체에 빠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 위험 요인이 수두룩하지만 가장 큰 위협 요인은 단연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추가 금리 인상이다. 그는 “세계 기준금리 평균이 5%에 달한다”며 “1%포인트(p) 더 오를 경우 세계 경제성장률은 1.7%에서 0.6%로 하락하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0.3% 감소하며 이는 기술적 경기침체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세계은행의 암울한 경제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세계 경제는 1930년대 이후 약 80년 만에 처음으로 10년 내 두 번의 경기침체를 겪게 된다.

금리 인상 역풍 경고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스웨덴에서 열린 중앙은행 심포지엄 연설에서 물가 안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물가 안정은 건강한 경제의 기반이고 결국 엄청난 혜택을 제공한다”며 “인플레이션이 심할 때 물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인기 없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에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는 또다시 중국을 쳐다보게 됐다. ‘제로 코로나’와 시장 옥죄기로 만신창이가 된 중국이 경기부양에 사활을 걸고 나서면서다. 중국은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경제활동 재개에 시동을 걸었다. 부동산 대출 규제를 대대적으로 풀었고 빅테크 규제 작업이 마무리됐다는 선언도 했다.

세계은행은 작년 2.7%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 경제가 올해 4.3%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시장 규제 완화 효과가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단기적 충격을 넘어설 것”이라며 성장률 전망치를 5.7%로 제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성장률을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 수준인 6%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내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낙관적인 건 중국인들이 총알을 장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1~9월 은행에 쌓아둔 예금만 3조2000억 위안(약 587조2000억 원)으로 한국 연간 GDP보다 많다. 봉쇄 조치로 지출이 어려워지면서 ‘강제’ 저축에 나선 결과다.

다만 소비 심리가 얼마나 살아날지는 변수다. 임금인상률이 더딘 데다가 청년실업률도 20%에 달한다. 미국 싱크탱크 매크로폴로의 하우즈 송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년간 소득 성장세가 둔화했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경제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환경도 중국 소비엔 악재다. 중국은 코로나 방역 조치를 강화한 국가를 상대로 보복에 나섰다. 한국과 일본에 대한 일부 비자 발급을 중단했고 다른 국가로 확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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