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보증금제요? 해야되긴 하지만"…14년 전 제도 폐지 재현되나

입력 2023-01-11 13:23수정 2023-01-1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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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철 환경부 차관이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첫날인 지난달 2일 현장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세종시 소재 한 패스트푸드 매장을 방문해 음료를 구입하고 보증금이 적용된 일회용컵 회수기를 이용해 반납해보고 있다. (사진제공=환경부)

"일회용컵 보증금제요? 하기는 해야겠죠. 아직은 안 하고 있어요. 언제 할지 구체적인 날짜 계획은 없습니다"

10일 세종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음료를 주문하며 보증금 300원을 왜 더 안 받느냐고 묻자 매장 점주가 내놓은 답변이다.

이 매장은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관련한 홍보 포스터는 물론 제도를 설명한 문구, 직원의 안내도 없었다. 마치 제도의 대상 자체가 아닌 듯한 모습이었다.

법적으론 보증금제를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지만 단속과 과태료 부과 권한이 지자체에 있어 해당 지자체 '의지'에 달린 데다 현재 일부 지역 한해 시범으로 실시하고 있는 만큼 대대적인 단속이 벌어질 가능성도 적다.

이 점주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우리 매장의 경우 가격 경쟁력이 무기인 프랜차이즈인데 아무리 보증금 개념으로 돌려받는다지만 소비자 인식 자체가 300원 인상으로 여겨질 수 있는 만큼 (제도를 시행하기엔)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식음료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받으려면 음료값과 함께 보증금 300원을 내게 한 제도다. 보증금은 컵을 반납하면 돌려준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만 한해 28억여 개가 쓰이는 일회용컵 재활용률은 높이고 사용량은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2003년에도 시행됐었지만, 회수율이 40%에 불과해 시행 6년 만인 2008년 폐지된 바 있다.

지난달 2일 시행 후 이달 4일까지 소비자가 되찾아간 보증금은 3073만3500원으로 보증금이 300원이니 10만2445개 컵이 회수됐다.

다만 정작 중요한 회수율은 아직 알 수 없다. 회수율을 알려면 '모수'에 해당하는 '소비자에게 나간 일회용컵 전체 개수'를 알아야 하는데 아직 파악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위해 컵마다 바코드 스티커가 1장씩 부착된다. 이 때문에 스티커 판매량으로 일회용컵 사용량을 파악할 수 있으나 매장들이 스티커를 한꺼번에 대량으로 구매해 비축해두는 경우가 많고 판매대금도 바로 내지 않아도 되도록 유예기간이 주어져 있어 현재는 불가능하다.

환경부는 내달 말에야 컵 회수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환경부는 현재 회수율을 20~30%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보증금제 시행 첫째 주(지난달 2~4일) 회수된 컵이 4472개(반환 보증금 137만1600원)에 그쳤지만 둘째 주(지난달 5~11일)엔 1만7250개(517만5000원)로, 다섯째 주(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엔 2만7954개(838만6200원)로 증가한 점을 들어 회수율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경부의 중장기 기대 회수율은 90% 이상이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주도 내 일부 프랜차이즈 매장을 대상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도가 실시된 지난달 2일 제주시 연동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보증금제도를 보이콧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보이콧 매장도 적지 않을뿐더러 업계가 제도개선을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약 200여 개 매장이 보증금제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대상은 '전국에 매장이 100개 이상인 식음료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세종과 제주 매장'으로 652개다. 다회용컵 사용 매장 130곳을 제외하면 522곳이다. 약 40% 매장이 보증금제를 보이콧하고 있는 셈이다.

보이콧에 참여하는 매장들은 대형 개인 카페나 '전국 매장은 100개 미만이지만 지역 내 매장은 많은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보증금제 대상에서 빠진 점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5일 국회에서 열린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시범사업 개시 무엇이 문제인가?' 간담회에서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보증금제) 시행 전과 후를 비교하면 매출이 30∼40% 감소했다고 가맹점주들이 말한다"라며 "제도 보완이나 점주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 이사장은 "프랜차이즈와 비프랜차이즈 카페 비율은 3 대 7 정도"라면서 "카페의 형태로 똑같이 운영되는데 카페로 포함하지 않는 무인카페와 편의점 등 사각지대가 많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매출 감소를 고려해 가맹본사가) 보증금제 시행 점포의 물류비와 로열티 등을 감면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폭넓고 충분한 보상이 뒤따라야 보증금제의 지속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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