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둔 물고기' 김만배 구속영장 언제 칠까...검찰, 시점 저울질

입력 2023-01-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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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일당' 김만배 씨. (연합뉴스)

김만배 씨(화천대유자산관리 회장)의 극단적 선택 이후 잠시 멈췄던 검찰이 다시 조사를 시작했다.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김 씨의 측근들이 구속기소된 만큼 김 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역시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다만, 그 시점에 눈길이 쏠린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조사 시점 등을 고려해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법조계 관계자들은 검찰이 조만간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범죄수익을 은닉했다는 혐의로 이미 조력자들이 2일 구속기소된 만큼 주요 피의자인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조만간 청구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 씨의 범죄수익 은닉을 도운 것으로 의심받는 최우향 화천대유 이사와 이한성 화천대유 공동대표는 김 씨와 공모해 대장동 비리 수사에 따른 범죄수익 추징보전 등 환수조치에 대비할 목적으로 화천대유 등 계좌에 입금된 범죄수익 등을 수표로 인출한 뒤 은닉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245억 원을 여러 차례에 걸쳐 고액권 수표로 인출한 후 다시 수백 장의 소액 수표로 재발행해 대여 금고 등 여러 곳에 은닉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김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것 역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명분에 힘을 실어준다. 검찰이 김 씨의 주변인들을 체포하며 본격적으로 수사 수위를 올리자 김 씨는 지난해 12월 14일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바 있다. 사건의 핵심 인물이자 재판을 받는 중인 김 씨가 또 다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병확보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검찰은 건강 상태가 어느 정도 호전된 김 씨를 6일 다시 불러 조사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날 검찰 조사가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시점의 주요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그간 명분도 충분했고 김 씨를 진작 구속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던 것은 김 씨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날 조사에서 김 씨가 얼마나 검찰이 원하는 답을 내놓았는지에 따라 구속영장 청구 시점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김 씨의 ‘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씨는 대장동 개발에 참여한 천화동인 1호(화천대유자산관리의 자회사)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의 숨겨진 지분이 있는지를 확인해 줄 인물이다.

‘대장동 일당’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는 석방된 뒤 ‘대장동 수익이 이 대표에게 흘러갔다’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김 씨는 이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극단적 선택 시도 이후 20여일 간 ‘생각할 시간’을 가진 김 씨가 6일 검찰 조사에서 어떻게 진술했는지에 따라 검찰은 김 씨의 심경을 파악하고 구속영장 청구 시점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의 검찰 조사 시점도 염두에 둘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수원지검 성남지청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또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중인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 소환 조사에 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김 씨가 천화동인 1호에서 빌린 돈이 정치권 등으로 흘러 들어갔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동시에 이 대표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장이 민주당 20대 대선 후보 경선 전후에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본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김 씨의 입을 열 수 있는 일종의 ‘압박’ 역할을 할 수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김 씨를 구속할 명분은 이미 충분하지만 그 카드를 언제 시의 적절하게 쓸 지를 고민하는 것”이라며 “김 씨는 이미 잡아둔 물고기다. 전체적인 사건 구도를 보며 필요한 시점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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