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머니 사정, 가계·기업은 홀쭉해졌는데 정부만 두둑

입력 2023-01-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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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은 늘고 투자손실에 소비까지…가계, 금융 부채대비자산비 코로나19 이래 최저
경기·금융시장은 불안하고 운전자금은 필요하고…기업 빚 61.7조 늘어 역대 최고
정부 여유자금 22조원 늘어 36분기만에 최대
가계 머니무브 본격화, 금융자산비중 예금은 10분기만 최고 vs 주식은 8분기만 최저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광고가 붙어있다. (뉴시스)

대내외 경기부진과 통화정책 긴축기조 등 여파에 가계와 기업의 호주머니 사정은 홀쭉해진 반면, 재정건전성을 외치며 씀씀이를 줄인 정부만 두둑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3분기 자금순환 잠정’ 자료에 따르면 3분기(7~9월)중 여유자금을 굴린 자금운용에서 대출과 융자 등 빚을 내는 자금조달을 뺀 순자금운용 규모가 가계 및 비영리단체(이하 가계)는 26조5000억원에 그쳤다. 이는 2021년 2분기(24조5000억원)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공기업과 민간기업을 합한 비금융법인은 마이너스(-)61조7000억원을 기록해 한은이 관련 통계를 공표하기 시작한 2008년 4분기 이래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반면, 일반정부는 22조원을 기록해 2013년 3분기 23조5170억원 이후 9년(36분기)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한국은행)
이는 우선,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및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한데다, 기존 대출금에 대한 이자 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 대내외 경기불안 및 금융시장 불안에 주식 등에 대한 투자 손실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가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졌던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대면거래를 중심으로 소비를 늘린 것도 요인이 됐다. 기업은 원자재값 및 환율 상승 등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정부는 방역체계 전환 등으로 정부소비인 재정지출 증가폭이 둔화했다. 아울러 자영업자 및 코로나19 피해기업을 지원키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크게 늘렸던 전년(2021년)의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문혜정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금리가 높아지다보니 모든 부분에서 운용과 조달이 줄었다. 여기에 가계는 소비확대로 여유자금이 줄어든데다, 기업은 운전자금 수요가 여전했다”며 “정부는 방역체계 전환과 함께 전년의 기저효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잔액 기준으로 보면 가계의 금융자산은 4914조2000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던 2022년 1분기(4979조7000억원) 이후 2분기연속 감소했다. 반면, 금융부채는 2322조7000억원을 기록해 2009년 2분기부터 이어진 증가세가 지속됐다. 이에 따라 금융 부채 대비 자산 배율은 2.12배에 그쳐 코로나19 발발 당시인 2020년 1분기(2.10배) 이후 2년6개월(10분기)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안전자산으로의 머니무브도 가속화했다. 가계 금융자산 중 예금비중은 43.6%에 달해 2020년 1분기(44.2%) 이후 2년6개월(10분기)만에 최고치를 보인 반면, 주식비중은 17.9%에 그쳐 2020년 3분기(17.2%) 이후 2년(8분기)만에 가장 낮았다. 예금에서도 금리가 높은 저축성예금 비중은 직전분기 31.3%에서 32.1%로 늘어난 반면, 수시입출식 예금 등 결제성예금 비중은 같은기간 4.9%에서 4.6%로 줄었다.

(한국은행)
문 팀장은 “가계의 부채대비 자산배율이 10분기만에 최저이긴 하나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액이 줄었기 때문이다. 미실현 손익이라는 점에서 이를 감안해 볼 필요는 있겠다. 향후 추이 또한 일단 지켜보는게 좋겠다”고 말했다. 또 “머니무브도 있었다. 다만, 주가는 하락한 반면, 금리인상 등으로 예금비중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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