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못 끝내고 해 넘긴 중국 ‘헝다’...여전한 경제 ‘시한폭탄’

입력 2023-01-0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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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안 발표 약속 어겨
부채 2860억 달러 달해
지난달 중국 주택 판매 31% 급감
코로나19 확산에 정부 지원도 효과 없어

▲헝다그룹 홍콩지사 로비에 회사 로고가 보인다. 홍콩/AP뉴시스
유동성 위기로 파산에 직면한 중국 부동산 거물 헝다그룹이 구조조정 계획 발표를 또다시 연기했다. 작년 말까지 역외 채권단을 위한 채무 구조조정안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아직도 약속을 지키지 않아 채권단을 실망하게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헝다는 2860억 달러(약 363조3916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다. 헝다의 붕괴로 중국 전역에서 주택건설이 중단되고 업계 전반에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잇따르고 있으며 헝다는 홍콩에서 파산 관련 소송 위기에 직면해 있다.

애초 헝다는 지난해 7월 말까지 구조조정 예비계획안을 제출하기로 했다가 약속을 한 차례 어겼다. 당시 제출을 일주일 남겨놓고 샤하이쥔 최고경영자(CEO)와 판다룽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자금유용 혐의로 사임하는 등 경영 전반에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헝다는 지난해 12월 초 달러 표시 채권을 보유한 채권자들을 만나 구조조정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결국 12월 말까지 홍콩증권거래소에 구조조정안을 제출하겠다는 약속은 무산됐다.

헝다의 유동성 위기로 58조 달러 규모의 중국 금융시장도 살얼음판 위에 서게 됐다. 여기엔 은행과 신탁뿐 아니라 수백만 명의 개인 주택 소유자들도 엮여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4분의 1을 주택 시장이 책임지는 만큼 헝다가 파산에 들어가면 파장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런 이유로 이번 구조조정은 중국 최대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헝다는 지난해 6월 회사 청산 청구소송도 당했는데, 같은 해 11월 말 재판에서 헝다 측 법정 대리인은 “2월 말이나 3월 초까지 해외 채권단으로부터 지원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헝다는 재판부로부터 3월 20일 있을 다음 공판까지 더 구체적인 조정안을 제출할 것을 명 받았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주택 판매는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커얼루이(CRIC)에 따르면 중국 100대 부동산 개발업체의 지난해 12월 신규 주택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0.8% 감소한 6775억 위안(약 124조 원)으로 집계됐다. 감소 폭은 전월의 25.5%에서 더 커졌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경기 폭락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구제책을 내놓는데도 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지난달 류허 중국 부총리는 “부동산 산업은 경제의 기둥”이라며 “부동산 업계의 재정 환경을 개선하고 신뢰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막지 못한다면 당국의 노력에도 상황이 쉽게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차이나인덱스홀딩스의 천원징 리서치 부국장은 “코로나19 확산이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으면서 경제 회복세는 여전히 매우 약하고 주택 구매자들의 소득 전망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우린 주택 판매가 빨라야 2분기에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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