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이게 최선이었나요?…시청자 탄식 부른 2022 드라마 ‘명장면’ 톱5

입력 2022-12-3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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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tvN ‘이브’, JTBC ‘재벌집 막내아들’)

2022년 방송가에서는 다수의 히트작이 나오며 안방극장을 홀렸다. 지상파, 케이블, OTT 플랫폼에서 쏟아진 다양한 콘텐츠 중 올해를 빛낸 드라마 한 편을 꼽아본다면 많은 이들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떠올릴 것이다.

이름도 생소했던 채널, ENA에서 방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1회 0.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의 시청률로 시작해 최종회에서는 자체 최고 시청률 17.5%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극 중 배경이 된 장소는 시청자들이 들러 사진을 찍고 방문을 인증하는 명소로 거듭났고, 인물들이 착용한 아이템은 ‘완판’ 행진을 벌였다. 그야말로 ‘신드롬’급 인기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인 인기도 누렸다. 21주 동안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차트에 이름을 올렸고, 시청 시간 기준 역대 비영어 시리즈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모든 드라마가 화제성·시청률 모두 거머쥐며 호평받았으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냉혹한 법. 맥락 없는 장면과 아쉬운 결말 등으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낸 드라마도 다수 있었다.

▲(출처=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 9·11테러 보며 기뻐하는 주인공?…‘스물다섯 스물하나’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1990년대 말,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 드라마다. 인물들의 욕망, 결핍, 공감과 사랑 등 다양한 감정선을 빚으며 사랑받았다.

흥행을 견인한 주역은 김태리다. 영화 ‘아가씨’, ‘리틀 포레스트’, ‘승리호’,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등을 거치며 캐릭터 그 자체로 분한 김태리는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도 “김태리가 나희도 했다”는 평을 받았고,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김태리의 열연, 남주혁과의 케미스트리로도 해소 못 할 문제가 결말에서 발생했다. 극 말미 백이진(남주혁 분)은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를 보도하는데, 나희도(김태리 분)은 그 모습을 보고 기뻐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TV에 송출되는 백이진의 모습을 보고 반가워한 것이지만, 백이진 뒤에는 분명 연기가 치솟는 빌딩이 자리한다. 세계적 비극인 9·11테러를 연인 간의 애정전선을 보여주기 위한 소재로 사용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출처=tvN ‘이브’)

◇ 방구석 탱고? 방구석 웃참 챌린지…‘이브’

서예지의 복귀작으로 방영 전부터 이목을 끈 ‘이브’. 앞서 가스라이팅 논란 등으로 자숙을 거친 서예지는 작정한 듯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각본을 택했다. 그는 인생을 걸고 13년에 걸쳐 복수를 설계한 이라엘 역으로 분해 강윤겸(박병은 분)을 유혹했다.

이 과정에서는 수위 높은 애정 신, 자극적인 연출과 대사들이 오갔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눈을 의심한 장면은 따로 있었다.

강윤겸을 유혹하는 데 성공했다는 성취감이 너무 컸던 탓일까. 이라엘은 피아노를 연주하던 강윤겸의 옆에서 뜬금없이 탱고를 추기 시작했다. 이선희의 ‘인연’ 반주에 맞춰 탱고를 추는 이라엘의 모습은 흡사 ‘웃음 참기 챌린지’와도 같았다. 여기에 대사가 더해지며 폭소를 자아냈다. “여기서 탱고를 추면 뭔지 알아요? 바로 방구석 탱고예요.”

해당 장면에는 “본방 볼 때 눈을 의심했다. 너무 웃기다”, “우울할 때마다 보러 오겠다. 감사하다”, “주식 때문에 우울한 제게 웃음을 찾아준 드라마” 등 다수의 댓글이 달렸다.

▲(출처=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우영우도 멀티밤은 못 피했다…‘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힐링을 선사하는 무해한 서사, 성장하는 캐릭터, 사회적 편견을 담아낸 에피소드 등으로 사랑받았다. 박은빈은 긴 호흡과 분량의 대사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우영우 그 자체로 변신했고, 강태오, 강기영, 하윤경, 주현영, 주종혁 등도 다채로운 매력을 빛내며 극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놀라움을 자아낸 장면은 있다. 문제의 장면은 11회에서 최수연(하윤경 분)이 회사 앞으로 갑자기 찾아온 남자친구를 만나러 갈 때 불거졌다.

카메라는 돌연 최수연의 책상의 놓인 멀티밤을 조명했고, 최수연은 멀티밤을 집어 들고 이마, 목, 입술에 차례대로 발랐다. 거울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노골적인 간접광고(PPL) 장면이 송출된 것.

물론 제작사 입장에서 PPL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요소다. 짧은 시간과 분량을 할애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PPL 청정 구역’이라고 불릴 정도로 노골적인 PPL을 극에 삽입해오지 않았기에, 해당 장면은 유독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 멀티밤은 국내 드라마, 영화, 심지어는 미국 팝스타 뮤직비디오에서도 등장하며 존재감을 각인시켜온 제품이다. 시청자들은 “결국 우영우도 저 멀티밤에 항복했구나”라는 등 씁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출처=MBC ‘빅마우스’)

◇ 방사능 수영장이 웬 말…‘빅마우스’

추리 게임의 진가를 보여준 ‘빅마우스’는 이종석, 임윤아 등 배우들의 열연, 긴장감 넘치는 서사, 감각적 연출로 인기를 끌었다. 시청자들은 희대의 사기꾼인 빅마우스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몰두했다.

최종회에서 박창호(이종석 분)는 정치, 법, 여론 등 모든 면에서 최도하(김주하 분)에게 완패한 후 고미호(임윤아 분)마저 떠나보냈다. 고미호가 죽음에 이르게 된 맥락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것은 제쳐두더라도, 박창호의 캐릭터 설정이 무너졌다는 점이 아쉬움을 자아냈다.

고미호가 눈을 감자, 참담함을 느낀 박창호는 최도하가 평소 자주 찾는 수영장 물을 방사능 오염수로 가득 채웠다. 방사능 오염수 노출 사고로 투병하다가 사망한 고미호의 복수에 나선 것. 결국 최도하는 피를 토하며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방송 말미, 박창호는 “좋은 빅마우스가 됐으면 좋겠다”는 고미호의 말을 떠올리며 새로운 삶을 다짐했다. 권선징악의 구조지만, 시청자들은 ‘통쾌함’이 아닌 ‘찝찝함’을 느꼈다. 그간 박창호가 강조해왔던 ‘법을 통한 심판 정신’이 온데간데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외에도 방송은 최도하의 죽음 이후 수 개의 이야기를 흑백 화면으로 처리해 순식간에 흘려보내며 벅찬 호흡을 보였다. 모든 인물의 결말을 보여줘야 한다는 제작진의 강박에서 비롯된 연출로 보인다. 많은 중심 사건과 인물들이 허무한 결말을 맞이하며, ‘빅마우스’는 ‘용두사미’라는 평을 받게 됐다.

▲(출처=JTBC ‘재벌집 막내아들’)

◇ 한순간에 ‘국밥집 첫째아들’ 됐다…‘재벌집 막내아들’

‘용두사미’ 드라마로 거론되는 작품이 최근 하나 더 늘었다. 이달 25일 16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한 ‘재벌집 막내아들’이다.

시작과 과정은 창대했다. 웹소설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산경 작가의 동명 작품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송중기, 이성민 캐스팅과 드라마 시장에선 생소한 ‘회귀’ 요소 등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첫 방송 6.1%로 시작한 시청률은 고공행진을 거듭해 반환점인 8회에서는 19.4%를 찍고, 최종회에선 자체 최고 26.9%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화제성 역시 6주 연속 1위(굿데이터코퍼레이션, TV화제성 조사)를 기록했으며, 한국갤럽이 발표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순위에서도 선호도 16.6%로 1위를 차지했다. 해당 수치는 2013년 1월 한국갤럽이 매월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래 10년 동안 전 채널, 전 장르 최고 기록에 해당한다.

순양그룹의 창업주 진양철 회장으로 분한 이성민, 그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운 송중기와 순양가 삼 남매로 ‘빌런미’를 뽐낸 윤제문, 조한철, 김신록 등 배우들의 열연, 시원한 서사 전개, 극적인 긴장감은 최종회에 대한 기대를 고조시켰다. 그러나 최종회에서는 ‘구운몽’을 연상케 하는 허탈한 결말이 그려지며 시청자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진도준(송중기 분)은 덤프트럭 사고로 사망한 뒤 돌연 윤현우(송중기 분)로 깨어났고, 그의 참회와 함께 순양그룹은 전문 경영인 운영 체제로 전환됐다. 총을 맞고 바다에 떨어졌는데도 일주일 만에 눈을 뜬 ‘기적’은 말을 잃게 했다. 윤현우는 “윤현우로 병원에 누워있던 일주일. 진도준으로 17년을 살았다”며 “꿈이었을까. 빙의, 아니면 나만 홀로 다녀온 시간여행? 답을 아직도 찾지 못했다. 이토록 생생한 기억은 나만의 몫인 건가”라고 혼란스러워했다. 15회까지 축적되어 온 진도준의 복수, 반전, 서사 자체가 흐지부지돼버린 것. 진도준이 결국 순양그룹 회장직에 앉는 결말을 그리며 카타르시스를 안긴 원작 결말과는 상반된다.

종영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모든 게 꿈이었다’는 결말로 원성을 산 드라마 ‘파리의 연인’, ‘지금껏 누린 부귀영화가 꿈이었다’는 고전 소설 ‘구운몽’ 등이 언급됐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아니라 결국 ‘국밥집 첫째아들’이었다는 평도 다수 발견된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진양철 회장이 진도준을 “내 손주”라고 부르며 애정을 표하는 장면이 담긴 14회를 최종회로 생각하겠다는 ‘선언’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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