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사업만이 아니다. 탄소 배출이나 사건 사고가 자주 발생할 수 있는 석유, 화학 업종과 같이 산업의 특성상 ‘ESG 리스크를 수반하는 산업’에 속한 글로벌 기업들은 기업 인수를 통해 사업 본연의 재무적 사회적 리스크를 감소시키거나 상쇄하는 방식을 일찍부터 활용해 왔다.
글로벌 석유 기업 BP(British Petroleum)는 2018년 노르웨이의 에너지 회사 에퀴노(Equino)의 해상 풍력 분야의 지분을 인수했다.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조치였다. 기존 석유 사업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20%씩 성장하는 해상 풍력 산업에 진출하여 ESG 기회를 활용하고 장기적 수익도 추구한 것이다. 글로벌 화학 플라스틱 회사인 라이온델바젤(LyondellBasell)이 환경 서비스 회사 수에즈(Suez)와 공동으로 벨기에의 플라스틱 재활용 회사인 티바코(Tivaco)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탄소배출과 더불어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재활용 시장 진출의 새로운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이듯, ESG 이슈가 많은 산업과 비즈니스 모델이 사회환경뿐 아니라 재무적으로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렇듯 M&A는 ESG를 또 다른 방식으로 실천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수단이 된다.
M&A를 통해서 재무적, ESG 성과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는 투자가 있다. 바로 대체투자의 한 형태인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 이하 PEF)다. 웅진코웨이, 홈플러스, 한온시스템, 현대렌탈케어 등 많은 회사들이 국내 PEF들의 손을 거쳤거나 관여하고 있다. PEF는 기업을 인수하여 일정 기간 경영하며 기업가치를 상승시킨 후 매각을 하는 특징이 있으므로, 일반적인 ESG와 비교하면 인수 전부터 또는 인수 후에도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재무와 ESG가 연계된 전략들을 구사하며 ESG를 실천할 수 있다.
블랙스톤, KKR과 더불어 글로벌 3대 사모펀드(PEF) 중 하나인 칼라일은 2010년 중국 최대 분유 회사 중 하나인 야실리(Yashili)의 지분 29.2%를 인수했다. 야실리는 2008년 소위 ‘멜라민 분유 파동’을 일으킨 회사다. 멜라민에 오염된 분유로 인해 아기가 최소 6명이 사망하고, 약 30만 명의 아기들이 신장결석과 배뇨 질환에 걸린 사건이다. 아이를 둔 부모나 손주를 둔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 사건이 얼마나 치명적이고 가슴 아픈 일인지 잘 알 것이다. 회사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지만, 칼라일은 현명했다. 치명적인 사고를 다르게 본 것이다. 회사 자산과 시스템이 건재한 상태에서 이러한 컨트러버셜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엄청난 기회가 된다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칼라일은 2013년 3억8800만 달러에 회사를 매각하며 2.3배의 매각 차익을 남겼다. ESG 컨트러버셜 이슈는 재무적으로도 엄청난 기회가 된다. 한국에서도 한진칼, 매일유업 등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PEF는 새로운 차원의 ESG를 실현할 수 있는 훌륭한 투자 수단이다. 2022년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자체 보고서를 통해 PEF의 ESG 전략을 비즈니스 모델을 친환경적으로 전환하는 ‘Brown-to-Green’, 원료나 재료, 부품 등에서 환경 이슈를 해결하는 ‘공급망 탈탄소(Supply-chain decarbonization)’, 새로운 녹색 제품을 만드는 ‘녹색성장’(Green Growth), 탈탄소 기술을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회사에 투자하는 ‘승자 투자(Investing in winners)’, 친환경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는 ‘활성화 기술(Enabling Technology)’ 5가지로 요약한다. 특히,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려면 매년 탈탄소 자본 지출이 3.52조 달러, 즉 한화로 약 4500조 원이 해마다 필요하다며, 지속가능성 전환 기업에 투자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또 다른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퍼니는 과거 PEF의 ESG가 ‘리스크 감소’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가치 창출’로 전환되었다면서, ESG 투자전략과 모니터링을 투자에 통합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M&A를 통한 ESG. 지속가능한 세상을 보다 획기적으로 앞당겨 줄 유력한 수단이다. M&A ESG에도 주목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