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경제 희망키워드 ②인플레이션 완화] "정부, 신성장 돌파구 마련해 가계부채 부실화 막아야"

입력 2023-01-03 06:00수정 2023-01-0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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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인터뷰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완화 효과 있었다”
“올해 물가 상승률, 3% 중반대로 완만히 낮아질 것…2% 달성은 힘들어”
“취약차주 지원 시 기준ㆍ대상선정 명확히…경제 전반 기대효과 따져야”
“올해 숙제는 ‘성장동력’ 만들기…정부, 핵심 산업 분야 청사진 제시해야”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하나은행 부행장)이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올해 경제는 ‘희망’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새해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둔화하고, 고용, 수출 실적도 악화할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물가 역시 올해보다는 오름세가 둔화하지만, 공공요금 상방압력 확대 등 위험 요인이 여전하다고 내다봤다.

2일 이투데이가 만난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하나은행 부행장)은 올해 경제 상황을 두고 “걱정거리가 산적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정부가 경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등 희망의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정 소장이 본 2022년 경제는 패러다임 ‘전환기’였다. 세계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랫동안 저금리·저성장·저물가 패러다임 속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는 달랐다.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빠르게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고, 기준금리도 급격하게 오르면서 금융 긴축이 시작됐다. 고금리ㆍ저성장ㆍ고물가의 패러다임으로 바뀌는 시기였다는 게 정 소장의 설명이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완화 효과 있었다…물가 상승률, 올해 3% 중반까지↓

정중호 소장은 지난해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한은은 1.25% 수준으로 복귀한 작년 1월 이후 11월까지 기준금리를 2%포인트(p) 인상했다. 7월과 10월 두 차례의 ‘빅 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을 거치며 사상 첫 여섯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정 소장은 작년과 같이 급격한 금리 인상을 하지 않았더라면 물가가 잡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왜 이렇게 큰 폭으로, 단기간에 기준금리를 올렸느냐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정도로 금리를 높이지 않았다면 지금 인플레이션 상황이 더 심각했을 겁니다. 긴축정책으로 인해 경기침체, 부채부담 상승 등의 부정적인 결과도 나왔지만, 이를 감수하면서라도 긴축정책은 불가피했다고 봅니다.”

정 소장은 인플레이션부터 잡아야 하는 이유로 198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들었다. 인플레이션 수준이 높아지면 경제주체들의 실질 구매력이 떨어진다. 내 소득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우 오른 원자재값을 소비자들에게 전가시키고, 실질 구매력이 떨어진 소비자들은 가격이 오른 물건을 더 사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물가 상승–소비 위축의 악순환에 빠지면서 여러 교란 요인이 발생한다.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다.

정 소장은 “경제학자들 사이에는 ‘통제되지 않는 높은 물가상승률이 경기침체와 결합됐을 때 이를 극복하려면 너무나 많은 사람이 큰 고통을 지속적으로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컨센서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긴축 정책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장의 혼란 등 부작용을 어떻게 적절히 통제해 가는가가 올해 정부의 숙제”라고 했다.

올해 물가상승률에 대해 정 소장은 지난해보다는 낮아져 3%대 중반 정도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올해 안에 물가상승률 목표 수준인 2%까지 내려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지난해 기준금리가 급격히 올랐고 올해도 한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물가가 빨리 떨어지지 않는 이유로 정 소장은 대면 서비스 요금의 인상을 꼽았다.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완화되고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되면서 숙박·음식점업 등 대면 서비스 분야의 요금, 물가가 올랐는데 이는 한번 오르면 잘 내려가지 않는 하방경직성 때문에 물가 기여도가 컸다는 설명이다.

정 소장은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의 영향도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개인이 내는 전기세만 오르는 게 아니라 전기를 이용해 생산·제조·판매하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가격을전가하기 때문에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이밖에 산유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유가가 지금보다 더 오를 수 있다는 점도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관측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려오는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비스 요금의 인상과 공공요금 인상으로 기대만큼 빠르게 내려오지는 않을 것이며, 상반기에 (물가상승률은) 높은 수준이 유지됐다가 하반기에 가면서 떨어지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2% 목표 달성은 힘들어 보입니다.”

올해 국내 취약차주 상환부담ㆍ한계기업 증가…단, 지원 시 경제 전반 기대효과 따져야

정 소장은 올해 국내 실물경제의 리스크 요인으로 취약차주 상환 부담 증가와 한계기업 증가를 꼽았다. 이자 상환 부담이 단기간에 급격하게 오르는데, 경기는 안 좋아져 소득이 부족한 상황이 우려스럽다는 얘기다.

대출을 받아 생계를 이어가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서 집값이 비쌀 때 집을 샀던 청년 등 취약차주들이 금리 인상 충격에 그대로 노출된다.

정 소장은 취약차주 중에서도 특히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사업자 대출과 함께 가계대출을 받아 사업자금으로 보태는 경우가 많은데, 경기가 안 좋아지고 사업이 부실화하면 가계부채까지도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만 정 소장은 이때 정부는 취약차주들에게 조건 없는 지원만 해주는 게 아니라 지원을 통해 사회 전반에서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생산적인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게 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들을 추려내는 것도 금융시장 역할 중 하나인데, 정부가 취약차주, 한계기업을 과도하게 지원하면 경제 전체의 효율성과 생산성이 떨어지게 된다”며 “지원할 때는 대상 선정 기준과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올해 경제에 걱정거리가 산적해 있는 건 맞는다면서도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부채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성장동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정부는 성장의 기회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등 청사진을 제시하고 기업들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인프라, 인력, 자원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민간 플레이어들이 적극 투자에 나서고,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우리나라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비교적 건전한 상황이라는 점이 희망적인 지점이라고 봤다. 그는 “현재 대기업 부실화가 우려되는 상황까지는 아니고 금융시스템을 봐도 은행의 건전성 역시 거의 문제가 없다”며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체력을 우리 기업들과 금융회사들이 갖고 있기 때문에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슬기롭게 대응하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금리ㆍ불확실성 높은 시대, 은행 예ㆍ적금이 안전…빚 줄여가는 노력도

▲지난 10월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원화를 정리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고금리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정 소장은 여전히 ‘은행 예ㆍ적금’이 가장 권장할 만한 투자처라고 했다. 현재 시점에서 부동산은 가격 하락 가능성이 크고, 주식 역시 올해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적극적인 투자를 권하기 쉽지 않다.

정 소장은 “최근에 은행권 예금금리가 내림세를 보이기는 하지만, ‘로우(low) 리스크’ 투자 상품임에도 금리가 연 4% 중후반대라면 높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며 “당분간은 예ㆍ적금이 가장 안전할 것이고, 시장 상황이 나아지면 펀드 등 간접투자 상품으로 투자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이어 “저축은행 예금의 경우, 부동산 PF 발 금융위기가 오면 가장 타격을 크게 입는 업종 중 하나가 저축은행이기 때문에 예금자 보호가 되는 5000만 원 미만으로 투자하는 것을 권한다”고 했다.

또 정 소장은 여윳돈이 생긴다면, 빚을 줄여나가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했다. 고금리 상황에서는 여력이 생길 때마다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이는 것이 현명한 금융소비자의 태도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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