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10년 만에 환자 2배… 사회적 관심·지원 부족”

입력 2022-12-2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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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정책적 지원 필요 촉구

▲파킨슨 질환 극복을 위한 정책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KDMS))

2012년 국내 파킨슨병 환자 수는 6만 명이었지만, 2022년 현재 12만 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회적 관심이나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KMDS)는 13일 서울 라이즈오토그래프컬렉션호텔에서 ‘파킨슨 질환 극복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질환 극복을 위해 다양한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웅우 KDMS 홍보이사(을지의대 신경과 교수)는 파킨슨병과 파킨슨증(파킨슨증후군)의 차이를 설명하며 국내 진료현장에서 사용하는 파킨슨 질환 분류체계가 실제 진료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 이사는 “파킨슨병과 파킨슨플러스(비전형파킨슨증)를 포괄하는 파킨슨증은 같은 진단코드로 분류된다”며 “유병률이 낮아 희귀질환으로 생각되는 파킨슨플러스 중에서 다계통위축증과 피질기저핵변성은 희귀질환 산정특례로 돼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최근 ICD-11 분류체계가 국내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 홍보이사는 “현재 진료 코드에 부합하도록 개선된 것으로 보여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필휴 KMDS 부회장(연세의대 신경과 교수)는 희귀질환 지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희귀질환으로 지정되면 패스트트랙으로 환자와 보호자들이 기다리는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임상시험을 더 신속히 진행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다계통위축증은 희귀질환임에도 불구하고 희귀질환으로 지정되지 못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KDMS 보험이사(국민건강보험일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파킨슨병에 따른 운동합병증과 약물치료를 정리하면서 현행 파킨슨병 치료의 제도적 한계에 대해 고찰했다. 특히, 해외 승인 약제의 진입 장벽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박정호 KMDS 정책이사(순천향의대 신경과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 진료의 가장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박 이사는 “파킨슨병은 환자와 보호자의 교육이 매우 중요한 질환임에도 진료실에서는 제한된 시간으로 인해 충분히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면서 “운동합병증에 대한 약물 조절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시간을 확보하지 못해 안타깝다. 운동·비운동 증상으로 고생하는 파킨슨병 환자들을 충분히 도울 수 있는 새롭고 다면적인 진료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파킨슨병은 비약물치료도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 신혜원 KMDS 보험이사(중앙의대 신경과 교수)는 비침습뇌자극 치료를 소개하면서 보행장애에 효과가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의료기술등재및 활용에 있어복잡한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 임상현장에서의 어려움으로 대두됐다.

파킨슨 질환의 치료가 병원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지속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겸일 KMDS 장애평가특임이사 교수(순천향의대 신경과 교수)는 “파킨슨병은 일반 뇌CT나 뇌 MRI에서 이상소견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병변이 눈에 보이는 질환에 비해 객관적인 판단이 상대적으로 어렵다”며 “환자의 증상 중증도에 비해 다소 경하게 판단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권도영 KDMS 총무이사(고려의대 신경과 교수)는 “시기에 따라 진행하는 병이니 만큼 시기별로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환자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것이 운동, 재활, 돌봄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네덜란드의 ‘Parkinson Net’와 같은 성공사례를 본받아 우리나라에도 이와 같은 모델이 정착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현재 파킨슨병과 관련해 6개의 작용기전별 약제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김성숙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기준부 팀장은 “요양급여대상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상적 유용성, 비용 효과성, 환자의 비용부담정도, 사회적 편익, 건강보험 재정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으로 돼 있다. 파킨슨병은 임상지침과 학회의 의견을 반영해 2018년 총 6개의 작용기전별 약제를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앞으로 파킨슨병 환자들의 불편함을 덜어줄 수 있는 약제들이 더 많이 합리적인 기준 하에 사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기로 했다.

김우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고령친화서비스팀 팀장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차원은 다양한 정책 연구들을 소개하였는데, 특히 시대적 흐름에 맞게 다양한 센서를 이용한 인공지능 비대면 돌봄 사업에 대한 소개가 흥미를 끌었다”고 밝혔다.

고영호 국립보건연구원 뇌질환연구과 과장은 “‘스마트’와 ‘돌봄’이라는 키워드가 최근 대두되고 있다”고 강조하며 파킨슨 질환의 적용가능성에 대한 참석자들의 의견을 요청했다. 이에 여러 참석자들은 파킨슨병의 주증상인 운동증상의 모니터링, 특히 낙상감지에 스마트 기술을 활용하는 연구가 이미 많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스마트 강국의 잠재력을 의학기술에 빠르게 접목시킬 수 있는 규제개혁과 관련 연구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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