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스쿨존 사고'...'보행로 요청' 무시한 곳 4곳 더 있다

입력 2022-12-1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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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앞에 형광색 커버가 씌워진 가방을 멘 학생이 하교하고 있다. 지난 2일 이곳에서는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던 학생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연합뉴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과 그 인근에서 초등학생 사망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스쿨존 음주운전 사고'가 난 서울 언북초등학교는 보행로를 설치해야 한다는 교육청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와중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예고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도로교통공단 등과 합동으로 50개 학교를 대상으로 교통안전시설을 점검하고 언북초 외에도 4개 학교의 관할 구청에 보행로 마련을 요청했다.

특히 언북초 후문 앞 도로는 보행로와 차로가 구분되지 않은 데다 차량 통행이 많고 급경사로 이뤄져 보행자와 차의 충돌사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청은 이런 내용을 경찰과 구청 측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구청은 일방통행로 지정에 주민 대다수가 반대한다는 의견 수렴 결과를 경찰에 전달했고 이후 이 문제는 다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 2일 이 도로에서 9살 어린이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서울교육청이 학교 앞 도로에 보행로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일방통행 운영 등 대책 마련을 요청한 곳은 언북초 외에도 4곳이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강남구, 서초구, 서대문구, 종로구 지역 초·중·고 4개 학교다.

이들 학교와 구청 등에 따르면 4개 학교 모두 언북초처럼 별다른 도로 개선이 없는 상황이다. 여전히 도로는 양방향 통행이 이뤄지고 있고 보행로는 없었다. 서초구와 서대문구, 종로구 소재 학교는 보행로 조성 계획이 없었고 강남구만 언북초 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비로소 보행로 조성 계획을 세웠다.

주민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학교 앞 보행로 공사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도로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팽배할 경우 경찰서장이 주민설명회를 생략하고 심의회를 거쳐 직권으로 일방통행으로 길을 지정할 수 있다.

서울교육청이 지난 13일 강남구청, 서울시의회, 강남경찰서 등과 대책회의를 열었을 때 이 같은 내용이 구청 및 경찰 관계자로부터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보통 좁은 학교 앞 도로의 경우 일방통행 지정이 되지 않을 경우 보행로 설치가 어려운데 지정만 된다면 구청이 보행로를 좀 더 수월하게 설치할 수 있다.

아울러 학교 주변 어린이보호구역에 보행로와 방호 울타리를 설치하는 규정을 ‘할 수 있다’가 아닌 ‘해야 한다’로 바꾸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도로교통법 개정안 발의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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