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고딩엄빠’ 속 증발한 아빠…아이 생존 외면하는 ‘배드 파더스’

입력 2022-12-14 16:23수정 2022-12-1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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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엄빠2’ 출연자 김가연 (출처=MBN ‘어른들은모르는 고딩엄빠2’)

미혼모로서 아이를 돌보고 있는 ‘고딩엄마’ 차희원 씨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13일 방송된 MBN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2(이하 ‘고딩엄빠2’)‘에서는 19세에 임신한 차희원 씨의 이야기가 그려졌는데요.

차 씨는 복잡한 가정사 때문에 방황하던 중 만난 남성과 교제하다가 임신, 아이를 낳자는 그의 설득으로 출산을 결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잦은 가출 때문에 시설로 연행되며 잠시 이별했는데요. 차 씨가 시설에서 퇴소하기 2개월 전부터 연락을 끊은 남자친구는 출산 당일에도 나타나지 않으며 ‘증발’해버렸습니다. 결국 차 씨는 홀로 아이를 낳았고, 현재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양육하고 있습니다.

연락이 두절됐던 전 남자친구는 출산 이후에야 연락했다고 합니다. 그는 “아이를 입양 보내자”는 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발신번호표시 제한으로 전화를 걸어 전화번호가 노출되지 않도록 해 MC들에게 황당함을 안겼죠.

이외에도 ‘고딩엄빠2’에서는 양육비를 주지 않으려 고의로 연락을 끊거나 폭언을 가하는 등의 일부 남성들의 책임감 없는 모습이 그려지며 공분을 자아냈습니다.

▲‘고딩엄빠2’ 출연자 차희원 (출처=MBN ‘어른들은모르는 고딩엄빠2’)

◇ 실효성 없는 양육비 이행법…‘나쁜 아빠·엄마들’ 제재 어렵다

성년이 아닌 자녀의 충분한 보호와 교육 등을 위해서는 양육에 필요한 비용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양육비란 성년이 아닌 자녀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비용’입니다. 자녀를 양육하는 일방은 상대방에 대해 현재 및 장래에 있어서의 양육비 중 적정 금액의 분담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양육비를 주지 않을 경우 양육자는 법원에 양육비 이행 명령 신청을 낼 수도 있죠. 신청이 타당하면 법원은 양육비 지급 이행 명령을 내리는데, 이를 따르지 않으면 양육자는 감치명령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감치명령을 받고도 양육비를 미지급한 경우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명단공개, 형사 처벌이 가능해졌습니다. 제재조치를 시행한 결과, 양육비 채무액 전부를 지급하거나 일부를 지급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죠.

여성가족부의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 제재조치 현황(2021.10~2022.12)’에 따르면 대상자는 올해 10월 89명에서 이달 119명으로 늘었습니다. 첫 제재가 시행된 지난해 10월과 대비해서는 15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조치에 대한 국민의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방증하는 수치지만, 양육비 미지급자가 속속 등장하는 모습은 씁쓸함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양육비 이행법상 제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감치명령이 전제돼야 합니다. 그런데 제재를 부과하는 전제 조건인 감치명령을 받아내는 것부터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미지급자가 위장전입을 하거나 주소지가 불분명하면 감치 신청 송달을 할 수 없기 때문이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감치 절차가 시작된 424건 중 감치 성공 건수는 9건으로, 나머지는 비양육자 주소 불분명 등의 이유로 기각됐습니다.

▲(출처=‘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 홈페이지 캡처)

◇ 활동 종료 4개월 만에 돌아온 ‘배드파더스’

양육비 개정법의 실효성이 지적받으면서 올해 2월 문을 닫았던 ‘배드파더스’도 돌아왔습니다.

배드파더스는 양육비 미지급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하던 사이트로, 2018년부터 3년간 활동했습니다. 이 사이트에서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의 얼굴, 이름, 나이, 거주지, 출신 학교 등 신상 정보를 볼 수 있는데요. 사이트 개설 당시 양육비 미지급자를 제재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없었던 탓에 ‘개인 정보 공개’라는 강수를 둔 것입니다. 양육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크게 기여했죠.

지난해 7월 양육비 이행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여가부에서 미지급자 신상 공개를 시작하며 목표를 이뤘다고 판단한 배드파더스는 그해 10월 활동 종료를 공식화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2월, 배드파더스는 ‘양육비 안 주는 사람들(양안들)’로 돌아와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양해들)’로 이름을 바꿔 새롭게 출발했습니다.

구본창 양해들 대표는 “양육비 미지급자 중 72%가 위장전입이나 주소 불명이다. 양육비 이행법의 처벌이 양육비 미지급자 72%에게는 속수무책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현 양육비 이행법의 허점이 뚜렷하다는 지적입니다.

여가부의 신상 공개 수위 역시 약하다는 게 구 대표의 주장입니다. 여가부는 얼굴 사진을 빼고 이름과 나이, 도로명 주소 등을 공개하고 있죠.

실로 양육비 이행법 개정으로부터 1년이 훌쩍 넘었지만, 실질적인 처분 사례는 적습니다. 여가부에 따르면 양육비 이행법 제재 처분은 178건, 이 가운데 전액 또는 일부 금액에 대한 양육비가 지급된 건수는 14건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154만 한부모 가정의 80.7%가 양육비 미지급 가정임을 고려하면 양육비를 지급 받은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죠.

▲(게티이미지뱅크)

◇ 양육비 선지급제는 여전히 ‘검토 중’…아동 생존권 보장 시급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이던 올해 2월 유튜브 숏츠를 통해 ‘양육비 정부 선지급’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21번째 쇼츠 공약 ‘양육비 정부 선지급’에는 국가가 양육비를 선지급하고 추후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제도가 담겼습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배드파더스에 대한 신상공개만으로는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생계를 보장받기 어렵다”며 “배드파더스 신상공개를 포함해 양육비 미지급 건에 대해 정부가 피해자에 선지급하고 이후 배드파더스에 추징할 것”이라고 약속했죠. 저조한 양육비 누적 이행률과 운전면허 정지, 신상공개, 출국금지 등 제재 조치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진단에서 비롯된 공약이었습니다. 대통령 인수위는 국정과제 2차 선정안에 ‘고의적 양육비 채무자의 양육비 정부 선지급’ 내용을 담기도 했죠.

그러나 뚜렷한 진척은 없습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양육비 정부 선지급에 대해 “폐기는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국정 과제에서 해당 공약 사항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7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개정안에는 양육비 채무자의 성명, 나이, 직업 등을 비롯해 얼굴 사진까지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김 의원은 “현행법에는 양육비 채무자의 신상공개, 출국금지 등 제재 조치가 시행됐으나, 엄격한 제재요건에 현실성 없다는 문제가 제기돼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제재 조치를 강화하고자 했다”며 “아이들의 복리를 위해서는 국가가 양육비를 우선 지급하는 양육비 긴급 선지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지적처럼, 현 양육비 이행법은 엄격한 전제조건과 복잡한 법적 과정, 긴 해결 속도로 ‘그림의 떡’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양육비 이행 확보는 아동의 생존권과 직결된 최소한의 장치라는 점에서 감치명령 요건을 삭제하는 등 실효성 있는 방안 모색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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