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라떼' 타령하다 인재 놓칠라…재계, MZ 맞춤 '복지열전'

입력 2023-01-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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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산업 테라포밍 ③ 기업문화 대전환

SK, 월 최대 2일 금요일 휴무제
삼성, 5시 퇴근 '기프트데이' 도입
LG유플, 미혼 경조금ㆍ휴가 지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8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진행된 MZ세대 직원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한 직원의 '셀카(셀프 카메라)' 요청에 응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편집자주] 지구는 인류의 요람이다. 그러나 누구도 요람에서 영원히 살 수는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테라포밍은 지구가 아닌 다른 외계의 천체 환경을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것을 뜻한다. 지금 산업계는 역시 경영환경이 격변하는 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해 테라포밍을 하고 있다.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의 대전환을 조명한다.

MZ세대에 직장은 ‘정류소’다. 언제든 떠날 수 있고, 더 나은 곳으로 가기 위해 잠시 머무는 과정이다. 젊은 직원들의 인력 이탈이 가속화하자 이를 막기 위해 기업들이 근무 환경, 사내 문화부터 인사제도까지 폭넓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2022년 11월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20~30대 남녀 직장인 485명을 대상으로 이직과 관련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9명꼴로 이직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 응답자 중 87.4%가 지난해 이직을 시도했는데, 63.3%는 이직에 성공했고 24.1%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직이 활발해지면서 장기근속에 따른 포상보다는 유연근무제 등 즉각적인 만족감을 제공하는 복지가 인기를 얻고 있다.

SK그룹은 2020년부터 SK텔레콤 등 일부 계열사 직원을 대상으로 월 1~2회 금요일 휴무를 주는 ‘해피프라이데이’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는 한 달에 두 번 금요일에 쉬는 주 4일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의 일반 기술·사무직 직원도 매월 셋째 주 금요일에 쉰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는 한 달에 한 번 임직원들이 오후 5시 이전에 퇴근하는 ‘기프트 데이(GIFT Day)’를 도입했다. 기프트 데이에는 오후 4시 이후 부서 회의나 행사를 하는 것을 지양하고, 부서별 회식도 금지하기로 했다.

틀에 박혀 있던 사내 복지 수혜 대상도 다변화하고 있다. 사각지대였던 미·비혼 직원에게도 기혼 직원과 똑같은 혜택을 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LG유플러스는 5년 이상 근무한 만 38세 이상 직원에게 비혼 지원금으로 기본급 100%의 축의금과 특별 유급휴가를 주기로 했다. 이달 초 40대 남성 직원 A 씨가 비혼 선언을 하며 이 제도의 1호 수혜자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도 지난해 9월부터 ‘미혼 경조비’ 제도를 도입했다. 만 40세 이상 미혼 임직원이 신청할 경우, 결혼하는 직원과 똑같이 경조금과 휴가를 지급한다. 신한은행은 미혼 직원에게 연 1회 10만 원씩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기혼 직원들이 받는 결혼기념일 축하금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다.

▲서울 서초구 KCC 본사 전경. (사진제공=KCC)

KCC, 성과주의 기반 연말 보너스
연공서열ㆍ직급체류 연한 폐지등
인사 개편 통해 3040임원 발탁도

이와 함께 성과주의를 중시하는 MZ세대를 위해 인사제도도 개선 중이다. 젊은 직장인들에게는 공정한 평가와 이에 따른 보상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인사제도가 불만족스러울 경우 회사를 떠나는 경향이 뚜렷하다.

최근 KCC는 직급 개편과 성과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 인사제도를 발표했다. 기존 연한제를 폐지하고 일정한 포인트를 획득하면 승급이 가능한 포인트제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연말에 일괄적으로 지급하던 성과급도 개선했다. 수시평가 등 평가제도 개선을 통해 성과주의에 입각한 보상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성과보상에 대한 기준을 전 직원과 공유하고 객관적인 보상을 해 나갈 계획이다.

인사제도에 변화가 생기면서 젊은 임원도 속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30대 상무 3명, 40대 부사장 17명 등 젊은 피를 대거 수혈했다. 2021년 ‘미래지향 인사제도’를 도입한 덕분이다. 이 제도는 연공서열, 직급별 체류 연한 폐지를 골자로 한다. 능력만 있다면 젊은 인재도 얼마든지 임원에 발탁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은 “MZ세대는 내가 어떤 회사에 다니느냐보다 어떤 일을 하는지가 더 중요한 세대”라며 “내 일을 하는 데 걸맞은 근로조건을 만들어주는 회사라면 어디든지 가서 일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오 소장은 “미국의 인사관리가 발전한 것은 인력의 잦은 이탈이 계기였다”며 “우리 기업들 역시 근로자들이 뭘 원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파악해야 인력 이탈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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