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없던 일로 합시다”…부동산 침체에 미분양 공포 ‘점입가경’

입력 2022-12-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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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아셈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최근 부동산 침체가 심화하면서 분양시장 역시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을 취소하는 단지가 등장했을 뿐만 아니라 1순위 접수에서 단 한 명의 신청자도 없었던 곳도 나왔다. 수도권 역시 할인분양 등을 내걸며 미분양 털기에 고전하고 있다.

13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전남 광양시 ‘더샵 라크포엠’ 시행사는 최근 계약자에게 입주자 모집승인 취소를 알리는 문자를 보냈다. 계약금 환불 및 위약금을 지급해야 하는 손해에도 불구하고 분양시장 악화로 모집을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시행사는 계약금 1000만 원에 위약금 1000만 원을 추가로 더 내야 한다.

시행사 관계자는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 등 분양시장 침체로 인해 입주자 모집승인 취소 및 분양연기를 검토하고 있다”며 “2차 계약금 등 일체 분양대금 수납업무가 중단됐다. 계약금 환불 및 위약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남 광양시 마동에 있는 단지는 지하 3층~지상 29층, 9개 동, 전체 920가구 규모다. 이 중 898가구에 대해 10월 4일부터 6일까지 일반청약을 진행한 결과 청약자가 530명에 그치면서 일부 대형평형을 제외하고 대부분 미달했다.

최근에는 1순위 청약에서 단 한 건도 접수가 되지 않은 단지도 나왔다. 전남 함평군 ‘함평 엘리체 시그니처’는 5~6일 특별공급과 일반공급 1순위 청약을 받았지만, 청약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후 2순위 기타지역에서 3명이 신청하면서, 사실상 전체 232가구 대부분이 미분양됐다.

수도권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인천 미추홀구 ‘서희스타힐스 더 도화’는 최근 계약자들에게 입주자 모집을 취소하고 계약 합의 해제를 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지는 7월 일반분양 당시 전체 73가구 모집에 249명이 신청하면서 평균 3.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정작 104가구가 계약을 포기하면서 8월 한 차례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무순위 청약에서는 접수 건수가 15건에 그치면서 9월부터는 선착순 분양을 진행하고 있었다. 해당 단지 시공사와 시행사 측은 입주자 모집 승인 취소가 허가되면 계약자들에게 환불과 위약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미분양 사태가 심화하자 남은 가구들을 털어내기 위해 할인분양 등 초강수를 두는 단지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경기 파주시 ‘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은 현재 최대 2억5000만 원가량 할인분양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전용면적 84㎡형의 경우에는 기존 7억 원대에서 5억 원대로 낮아졌다.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역시 현재 최초 분양가 대비 15% 낮은 금액으로 분양하고 있다. 영등포구 일대 도시형 생활주택 ‘신길 AK 푸르지오’에서는 분양대금 감액과 중도금 지원 등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4만7217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4만1604가구 대비 약 13.5% 증가한 수치다. 향후 미분양 주택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주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이달 기준 미분양 물량 전망은 135.8포인트(p)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권지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청약 당첨 후 미계약, 분양받은 사람들의 계약 취소 등으로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거래, 금융, 세제 부분에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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