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화물연대 파업, 대화 노력 게을리 말아야

입력 2022-12-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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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정치경제부 기자)

지난 주말 아내와 아이를 차에 태우고 처가에 가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기름이 바닥이었기에 익숙하게 집 근처 셀프 주유소로 향했다. 차를 세우고 주유기에 다가가니 휘발유 주유건은 '품절'이라고 쓰인 A4 용지에 감싸져 있었다. 짜증이 났다. 처가까지 가는 길에 기자가 가진 신용카드가 할인받을 수 있는 주유소는 이곳 뿐이었다.

'화물연대는 왜 파업을 해서 날 불편하게 하는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순간 뒤통수가 저렸다. 파업의 시작점을 알고 있는 기자조차 막상 불편함을 겪으니 아무 생각 없이 화물연대를 원망한 것이다.

정부는 연일 경제적 피해, 국민 불편을 앞세워 이번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화물연대를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다. 더 이상 국가 경제를 망치고 국민을 불편하게 하지 말고 업무에 복귀하라며 업무개시명령까지 곁들이면서 말이다. 하지만 파업 시작점의 한 축이 정부라는 사실은 경제와 국민이라는 병풍 뒤에 숨겼다.

사태의 발단은 '안전운임제'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가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할 필요가 없도록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이를 어기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 한시적으로 마련됐다. 이름은 안전운임제이지만 실제로는 '최저운임제'라고 보는 것이 맞다. 최저임금제 개념으로 화물노동자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을 폐지하고 철강재, 곡물 및 사료, 자동차 등까지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반영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도 국회에 상정됐지만 이에 대한 논의가 없자 6월 파업에 들어갔다. 당시 정부는 안전운임제 지속과 대상 품목 확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하며 8일 만에 파업이 종결됐었다.

문제는 이후다. 정부는 그간 화물연대와 이렇다 할 대화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당은 안전운임 중 화주가 운수사에 지급해야 하는 안전운송운임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화물차 운수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기까지 했다. 화물연대와 정부·여당 간의 신뢰가 깨지는 순간이다.

파업에 따른 부작용은 연일 시끄럽게 울려대지만, 정부와 국회의 책임은 잘 들리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진심으로 국가 경제를 걱정하고 국민 불편을 생각한다면 화물연대와의 대화, 그리고 안전운임제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고찰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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