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국가배상 시효 남아"...파기 환송

입력 2022-11-3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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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대필 사건' 피해자 강기훈 씨. (연합뉴스)

대법원은 ‘유서대필 사건’의 피해자 강기훈 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30일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강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라며 “원심은 장기소멸시효를 적용해 원고들 청구를 배척하였으므로 파기한다”고 판단했다.

강 씨는 1991년 5월 당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이었던 김기설 씨의 친구였다. 김 씨가 정권 퇴진 운동을 하다가 서강대 옥상에서 몸을 던져 숨졌을 때, 유서를 대필한 혐의(자살방조 등)로 기소돼 징역 3년과 자격정지 1년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강 씨는 1994년 8월 형기만료로 출소했다. 하지만 13년 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유서대필 사건’을 10대 의혹 사건으로 선정해 조사했고, 2007년 11월에 강 씨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듬해 강 씨는 유죄확정판결 중 자살방조의 점에 관한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재심개시 결정을 한 이후 2014년 2월 자살방조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듬해 검사의 상고가 기각돼 위 재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강 씨는 국가와 당시 수사 책임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위법한 필적감정으로 인한 국가 및 감정인 상대 청구를 일부 인용하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2심 역시 위법한 필적 감정으로 인한 국가 상대 청구 일부 인용하고 강 씨 등 일부 원고에 대한 위자료를 증액해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날 대법원은 “이 판결은 유서대필 사건이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하므로 그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개별 위법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청구에 관하여는 장기소멸시효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기존 원심에서 위법한 감정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긍정한 것에서 더 나아가 파기환송 후 수사과정의 개별 위법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의 유무가 다시 심리・판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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