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 ‘협치’의 정석...경제 위기 앞 여야 없다

입력 2022-11-30 15:12수정 2022-11-3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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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9일 예정 철도노조 파업 저지 ‘의기투합’
철도, 전체 화물 운송서 30% 차지
파업 첫 주 경제손실 1.3조원 추산
초당적으로 철도노조 잠정 중재안 수용토록 법안 처리 전망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의회 여야 대표를 백악관으로 초대해 철도 파업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이외 나머지 인사는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워싱턴D.C./AP연합뉴스
미국 정치가 ‘협치’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내달 9일로 예정된 철도노조 파업을 앞두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킬 예정이다. 여야가 정부 정책과 운영 방식을 두고 으르렁거리면서도 국가 경제에 위기가 닥치자 손을 맞잡았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여야 상·하원 대표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경제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며 의회가 개입해 철도노조 파업을 막아 달라고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 개입은 쉽지 않은 요청”이라면서도 “노사 분쟁으로 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호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경제가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에서 철도노조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의회에 손을 내민 것이다.

미국 전체 화물 수송에서 철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로, 공급망의 중추 역할을 한다. 철도 파업은 목재, 석탄, 자동차 등 원자재와 상품 운송을 지연시켜 가뜩이나 살벌한 물가를 더 치솟게 할 가능성이 크다. 앤더슨이코노믹그룹은 “철도노조 파업에 따른 타격은 생산 감소와 임금 손실까지 포함된다”며 “파업 첫 일주일 만에 경제손실 규모가 10억 달러(약 1조3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경제 위기 앞에 의회는 여야 가리지 않고 한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회동 후 취재진에게 “내일 오전 법안을 하원에 상정할 것”이라며 “노조의 파업권을 거스르고 싶지 않지만, 중요성을 따지면 이번 파업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도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빠른 법안 처리를 기대한다”고 말했고,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역시 “철도 파업을 피하기 위해 법안을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고 화답했다. 이에 따라 미국 상원과 하원은 노조가 잠정 중재안을 수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할 전망이다.

앞서 9월 철도 노사는 바이든 정부의 중재로 5년간(2020~2024년) 임금을 24% 인상하고 1만1000달러 보너스를 즉시 지급하는 내용에 잠정 합의했다. 일부 노조는 중재안을 수용했지만, 4곳 노조가 유급 병가 휴가 지원 확대 등을 추가로 요구하며 반대했다. 총 12개 철도 노조 모두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다음 달 9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간다.

미국 의회가 노사 합의 과정에 개입하는 일은 흔치 않다. 미 의회가 철도 파업을 중단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킨 건 1992년이 마지막이었다. 심지어 바이든은 당시 해당 법안에 반대한 6명의 상원의원 중 한 명이었다. ‘친노조’ 성향의 바이든이 강력 지지층 이탈 우려에도 경제 초토화를 막기 위해 의회 개입을 촉구했고, 여야는 초당적으로 힘을 보태며 미국 정치의 ‘진수’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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