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정의선 정공법…우회전략 대신 ‘美 IRA’ 정면 돌파

입력 2022-11-29 16:00수정 2022-11-2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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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기차 시장 공략 위해 SK온과 맞손
중장기 전략 위해 합작공장 총 3곳 필요
정 회장, 우회전략 대신 규제 정면 돌파
지배구조 개편 때도 편법 대신 정공법
노사문화 해결 위해 직접 노조와도 면담
불확실성 대신, 미래전략 위해 정도경영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우회전략이나 규제 완화에 기대는 대신, 초기 피해를 일부 감수하더라도 전용 공장의 조기 준공과 배터리의 안정적인 확보 등에 주력하고 나섰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가 SK온과 미국 현지 배터리 합작공장을 추진하기로 해 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업계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전략이 깊게 담겼다고 풀이한다. ‘우회전략’ 또는 ‘규제 완화’ 등 불확실성에 기대지 않고 미래 전략을 위해 정도 경영에 나서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라는 것이다. 또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 확보가 중요한 만큼, 이번 합작공장 추진 역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 가운데 하나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의 이번 합작공장 추진은 IRA 공표 이후 조심스럽게 예견됐었다. 그룹 안팎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이번 IRA에 따른 초기피해를 일부 감수하더라도 ‘정도 경영’을 통해 중장기 전략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었다.

정 회장은 난관 때마다 정공법을 택했다. 2018년 수석부회장을 통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늘 난제를 앞두고 원론적 대응을 주문했다. 편법이나 우회전략에 모험을 걸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예컨대 2018년 현대차그룹이 추진한 지배구조 개편이 대표적이다. 비용 절약은 물론, 상대적으로 개편 작업이 쉬운 ‘지주사’ 대신, 정의선 회장은 ‘지배회사’를 추진했다.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1조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기꺼이 내겠다는 정면 돌파 의지도 함께 밝혀 주목받았었다. ‘지주사’ 지분 보유만으로 그룹을 장악하려는 여느 총수 일가와 또 다른 면모였다.

현대차그룹의 최대 약점이었던 ‘노사문제’ 해결을 위해 정 회장이 직접 노조 집행부와 면담에 나서는 등 파격적인 정공법도 이어졌었다.

IRA에 대응하기 위한 이번 전략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IRA에 서명한 이후 우리 정부의 외교 전략과 무역업계의 다각적인 노력이 있었다. 정 회장은 단계적으로 정면 대응 전략을 짜서 IRA 대응과 미국 정부 설득에 나섰다.

당장 현대차 스스로 전기차 세액공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먼저 찾았다. 현지 전기차 전용공장, 즉 ‘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조기 준공이 첫 번째였다. 55억 달러(약 7조8900억 원)를 투자하는 이번 공장의 준공(2024년 하반기)을 약 6개월 앞당겨 피해를 줄이겠다는 뜻이다.

두 번째가 배터리 부품 안정적 조달 확보였다. IRA는 세액공제 대상을 북미 제조 전기차는 물론, 배터리까지 확대해 규정한 상태다. 현대차는 주요국의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으로 전동화 전환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부품의 안정적인 조달을 위해 SK온과의 현지 배터리 합작공장을 추진하게 됐다. 향후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력도 점쳐진다.

현대차그룹은 중장기 전략 발표를 통해 미국 현지 전기차 판매 목표를 83만 대 수준으로 공언했었다. 이를 위해선 60GWh(기가 와트시) 수준의 배터리가 필요하다. SK온과 함께 세우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20GWh)을 포함해 배터리 공장이 최소 3곳은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협력관계가 SK온을 넘어 LG에너지솔루션까지 확대될 것으로 업계가 전망하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의 한 퇴직 임원은 이번 전략과 관련해 “중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정공법이 오히려 효과를 낼 것”이라며 “당장 중국시장에서 부침을 겪고 있는 것도 이런 정공법을 택하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어려움이다”고 밝혔다. 그는 “우회 전략을 통해 현지 사업을 회복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 현대차그룹은 과거의 행태와 전혀 다르다”며 “현안을 피하지 않고 직접 대응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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