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편애’ 멈춘 월가, “몸값 낮춰라” 면박

입력 2022-11-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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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기업 시총, 1년간 7.4조 달러 증발
“알파벳 직원 보상, 업계 평균 2.5배 달해” 질타
“IT 기업들, 지금보다 훨씬 적은 인원으로 매출 유지 가능”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 월가 펀드매니저들의 밀월 관계가 끝을 맞이했다.

많은 기술기업이 성장 시나리오를 전제로 공격적으로 채용했으며 직원 보수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월가 투자자들은 주가 상승 혜택에 이런 행동을 묵인했다. 그러나 올들어 IT 기업들의 주가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은 그동안 간과했던 과도한 비용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2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지수에 속한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최근 1년간 약 7조4000억 달러(약 9900조 원) 증발했다. 이에 펀드매니저들의 인내심이 바닥이 났다.

영국 유력 행동주의 펀드 TCI펀드매니지먼트는 이달 중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에게 서신을 보내 “알파벳 직원의 보수가 IT 업계 시총 상위 20개사 중간값의 2.5배에 달한다”며 “이런 격차는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TCI는 2017년부터 알파벳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으며 주식 보유액은 약 60억 달러에 달한다. 알파벳 주가는 올해 33% 하락했다. TCI는 “매출 성장세가 둔화했다면 비용 측면에서 규율이 필요하다”며 감원을 요구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IT 업체들은 높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인재와 돈을 끌어들여 새로운 사업 확대로 연결했다. 이런 선순환에 시장 전체에서 감시의 눈이 느슨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금리 상승과 성장 둔화 국면에 들어선 지금 월가는 고비용 체질을 허용할 수 없게 됐다. 미국 투자업체 얼티미터캐피털의 브래드 거스너 CEO는 “구글과 메타(구 페이스북), 트위터와 우버는 지금보다 훨씬 적은 인원으로도 종전과 같은 수준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 인수 이후 직원의 절반을 해고했다.

특히 투자자들은 종업원에 대한 스톡옵션을 경계하고 있다. RBC캐피털마켓에 따르면 미국 IT 기업들의 직원 보상에서 스톡옵션 비율은 20~30%에 이른다. 주식 보상은 현금 유출을 억제해 잉여현금흐름(FCF)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웰링턴매니지먼트의 대니얼 포젠 증권 애널리스트는 “스톡옵션에 의존하는 것은 주가 하락 국면에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기업들이 인재 확보를 위해 추가로 주식을 주거나 현금 지급으로 전환하는 것을 강요받게 된다. 이에 주식 희석과 FCC 악화에 대한 우려로 주가 하락이 멈추지 않는 악순환이 일어난다”고 경종을 울렸다.

2001년 IT 버블 붕괴로 많은 기업이 파산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는 시련을 겪었지만, 그 고난을 이겨낸 아마존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했다. ‘고비용 체질’을 극복하는 새로운 ‘아마존’을 투자자들이 찾을 수 있을지는 향후 미국증시 향방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닛케이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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