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제재 완화

입력 2022-11-2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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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브런 현지 채굴 사업 재개 라이선스 발급
현지 여야 협상 명분으로 제재 고삐 늦춰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시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6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에 가한 원유 제재를 완화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해당 조치가 베네수엘라 여야 협상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유가 안정을 염두에 둔 선택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셰브런이 베네수엘라에서 천연자원 채굴 사업을 재개하도록 허가하는 라이선스를 발급했다고 발표했다. 셰브런은 베네수엘라 국영 정유사인 PDVSA와 합작 투자 사업을 진행했으나, 2020년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을 제재하면서 합작 사업을 중단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조치가 베네수엘라 여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일 뿐 유가 안정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제재 완화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과 야권의 협상 재개가 이뤄진 가운데 나왔다.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가 2018년 마두로의 대선 승리를 부정선거라 주장하며 2019년 정권 탈환에 나섰으나 실패한 뒤 여야는 갈등을 이어왔다.

마두로 정권과 야권 협상팀은 이날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만나 국민을 위한 30억 달러(약 4조 원) 규모 인도주의 지원안에 합의하고, 2024년 민주주의적 대선과 인권보호를 위한 대화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미 행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베네수엘라 여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국제유가를 조정하려는 조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시장에서 배제됐던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이번 조치로 공급이 다시 활발해지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유 매장량을 자랑한다. 미국 제재를 받는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은 현재 하루 약 70만 배럴 생산에 그치지만, 일부 분석가들은 중기적으로는 하루 10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표면적으로 마두로 정권이 혜택을 볼 가능성은 작다. 미국의 새 라이선스에 따르면 PDVSA는 셰브런이 베네수엘라 원유를 판매한 수익을 가져갈 수 없고, 미국 채권자들에게 진 빚을 갚는 데 사용해야 한다. 셰브런이 베네수엘라에서 생산한 원유는 미국으로만 수출할 수 있다. 또 마두로 정권과 야권이 선의의 협상을 이어가지 않는다면 라이선스를 취소할 예정이다.

그러나 마두로 정권은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는 것은 물론 다른 제재 조치 완화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정부도 베네수엘라의 민주적 선거와 인권 개선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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