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상사 전화번호만 떠도 가슴이 ‘덜컥’…“직장 내 괴롭힘입니다”

입력 2022-11-26 09: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권규보 법무법인 마중 수석 변호사(산업재해 전문)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 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 드립니다.

직장 상사가 업무 관련해서 사무실 내 소회의실로 불러 제게 호통을 쳤습니다. 회의실 안이라고는 하나 워낙 큰 소리가 나서 회의실 밖에 있던 회사 직원들이 다 듣고 ‘무슨 일이냐’고 수근 거립니다. 사무실 동료 눈치도 보이고, 무엇보다 상사에게 크게 질책을 받은 뒤로는 그 분 이름이 전화기에 뜨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이미지투데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상사로부터 지적을 안 받을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고 실수를 통해 배워나가는 과정이죠. 질책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반적인 표현과 이를 전달하는 방식이 중요하겠죠.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납득이 되지 않고, 도대체 어떻게 개선하라는 것인지 합리적인 방향을 종잡을 수 없다면 괴롭힘이 될 수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산업재해 전문 법무법인 마중의 권규보 수석 변호사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짚어봤습니다.

Q. ‘직장 내 괴롭힘’이란 무엇인가요? 관련법 내용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근로기준법 제76조의 2)를 의미합니다.

Q. 앞서 든 사례와 같은 경우도 ‘직장 내 괴롭힘’이 될까요?

A. 욕설이나 위협적인 말을 하는 행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모욕감을 주는 언행을 하는 것은 직장 내 괴롭힘에 포함됩니다. 다른 직원들이 모두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일은 근로자에게 위협감 및 모욕감을 준다는 점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합니다.

Q. 직장 내 괴롭힘이란 생각이 들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A.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으며(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제1항), 노동청에 신고할 수도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 형사상 범죄에 준하는 경우 경찰에도 신고 가능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메시지, 통화 내용, 동료 진술서 등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해 두는 것입니다.

(이미지투데이)

Q. 회사에 설치된 고충처리위원회에 고민을 호소하니, 저를 타 부서로 전출하는 인사 발령이 났습니다. 사실관계에 대한 관계된 직원들이나 주변 직원들의 의견 수렴 및 확인 절차 없이 이런 인사 조치가 내려지는 게 정당한가요? 피해자는 저인데, 제게 호통을 친 상사는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부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A.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신고 받거나 인지한 경우 사용자는 지체 없이 조사를 하고(동법 제76조의 3 제2항), 피해자 의견을 들어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동법 제76조의 3 제3항 및 제4항), 행위자에 대한 징계(동법 제76조의 3 제5항)를 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 없이 인사 조치를 하는 행위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여 위법합니다.

Q. 고용노동부에 해당 사안을 신고하고자 합니다.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나요?

A. 원칙적으로 사업장에 먼저 신고하여야 하며, 바로 고용노동부에 신고할 경우 사업장에게 조사 절차 등을 거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사업장에 신고 후 적절한 조치가 없거나 부당한 행위가 있는 경우 사업장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방문 신고, 전화상담, 인터넷을 통한 진정 제기 등을 할 수 있습니다.

Q. 신고를 하니, 회사에서 무언의 퇴사 압박으로 느껴지는 업무 지시, 지시한 업무에 대한 수행 여부, 업무 완성도 체크, 동선 확인 시도 등이 이뤄집니다. ‘아…. 이래서들 참고 회사를 다니는 거구나’하는 후회도 듭니다. 불이익 처분들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A.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제6항). 불이익 처분들에 대하여 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할 수 있으며,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이미지투데이)

Q. 지방노동청 신고하는 방법 외에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나요?

A.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형사상 범죄, 예컨대 성추행‧폭행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형사상 책임도 물을 수 있습니다.

Q. 직장 내 괴롭힘으로 문제가 될 만한 사례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심한데, 법적으로 문제되는 부당한 대우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A. 욕설, 고함, 폭행, 감봉, 모욕, 성희롱 등이 있습니다. 그 밖에 반복적으로 술자리를 갖자는 발언을 하고 경위서‧사유서를 쓰게 하거나 장기자랑 준비를 강요하는 경우, 업무를 주지 않거나 업무와 관련 없는 일을 시키는 경우, 따돌림, 퇴사 압박 등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합니다.

Q. 다니던 회사에 정이 떨어져서 이직하고 싶습니다.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직장인을 위한 ‘전직 지원 프로그램’ 같은 건 없나요? 이직을 위해 도움 받을 길은 없나요?

A. 퇴사 사유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경우 실업급여 수령, 청년내일채움공제 재가입 등이 가능합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