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세우는 글로벌 전략] 하나은행, BIDV 지분인수 '1조 베팅'… 성장한계 극복 '신의 한 수'

입력 2022-11-22 18:01수정 2022-11-2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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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DV 협력 네트워크 경쟁력 강화
우량기업 중심 공략 실적 시너지
올 순익 전년비 160% 증가 전망

▲하나은행 베트남 하노이 지점이 위치한 건물 모습.

"베트남 자산 규모 1위 은행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과의 협력을 통해 하나은행만의 성장 모델을 구축하겠다."

하나은행은 1999년 하노이지점을 시작으로 베트남 현지에 처음 진출했다. 현재 하노이 외에 호찌민에도 지점을 두고 있다. 단 두 곳의 지점이 있지만 베트남 현지 시장에서 하나은행의 존재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그간 하나은행은 법인 형태가 아닌 지점 진출이라는 한계 탓에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반전의 기회를 잡은 것은 2019년 1조 원이라는 '통 큰 베팅'으로 베트남 최대 은행 BIDV의 지분 15%를 인수하면서다. BIDV 지분인수를 통해 하나은행은 부족한 네트워크를 보완할 수 있게 됐다.

특히 BIDV 지분 인수로 하나은행의 해외법인 순익도 크게 늘었다. 하나은행의 작년 BIDV 관련 순익은 1201억 원에 달하는데, 이는 지난해 하나은행 전체 해외법인 순익 6871억 원의 17.5% 수준이다.

이에 앞서 하나은행은 자체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및 현지 우량기업 위주의 현지화(Localization)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자체 경쟁력도 강화했다. 그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하나은행은 또 한 번의 도약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올해 하나은행 하노이지점은 실적이 수직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노이지점은 올해 200억 원가량의 순이익을 시현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전년도 대비 무려 160% 증가한 규모다. 코로나로 인한 기저효과를 감안해도 괄목할 만한 실적이다. 대출금 규모도 전년 말 대비 약 5000만 달러 늘어난 2억3000만 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실적상승의 비결을 묻는 말에 민필부 하노이지점장은 "전 직원이 열심히 발로 뛴 결과"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현지화'에 집중한 것이 또 다른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민필부 하나은행 하노이 지점장.

과거 하나은행은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을 위주로 영업활동을 해왔다. 이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나은행은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현지 우량 기업을 집중 공략했다. 그 결과 2018년 말까지도 전무했던 현지기업 여신 비율이 올해 상반기에는 전체 동화 대출의 47% 선까지 증가했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하나은행은 신디케이션론에 집중했다. 신디케이션론은 두 개 이상 은행이 차관단 또는 은행단을 구성해 같은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융자해주는 중장기 대출이다.

민 지점장은 "하나은행은 베트남 국영기업 신디케이션론에 참여해 5000만 달러 규모의 동화 대출을 주선했다"며 "또 신재생 에너지 사업과 관련한 7개 은행이 참여한 신디케이션론에도 참여해, 현재 참여은행 모집을 완료하고 대출 실행을 준비 중이다"고 설명했다.

모행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민 지점장은 "하노이지점에는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글로벌 IB 담당 심사역이 파견 근무중에 있다"며 "딜 추진 과정에서의 속도와 전문성을 높이고자 하는 모행의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성과에도 일각에서는 지점 형태로 진출한 하나은행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한다. 하나은행이 한계 극복을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BIDV 지분인수다. BIDV는 베트남 최대 자산규모의 은행으로, 베트남 전역에 1000여 곳의 지점과 사무소를 보유하고 있다.

민 지점장은 "해외진출 방식은 유기적 성장(지점망 확대 또는 법인전환)과 지분인수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은행은 BIDV 지분을 인수하면서 약점으로 지적됐던 네트워크 경쟁력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나은행과 BIDV의 협업을 해 나가는데 있어 하노이 지점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하노이 지점을 이끌고 있는 민 지점장은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은행은 BIDV 지분 인수 후 전문 인력들을 BIDV에 파견해, 각종 경험과 전략을 공유했는데 민 지점장도 2년 반가량을 BIDV에서 근무했다.

민 지점장의 사무실에는 판 득 뚜(Phan Đức Tú) BIDV 회장(이사회의장) 이 선물한 그림도 걸려있다.

하나은행과 BIDV는 벌써 활발하게 협업에 나서며 성과를 내고 있다. 예컨대 베트남 현지 영업에 강점을 가진 BIDV가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을 일으키고, IB(투자은행) 경험이 많은 하나은행이 BIDV가 발행한 지급보증서로 신용리스크를 헤지해 대출을 실행했다.

또 하나은행과 BIDV가 공동으로 신디케이션론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BIDV 네트워크 경쟁력을 활용해 리테일(개인고객)영업 확대도 나설 계획이다. 또 디지털 역량 강화를 통해서도 영향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민 지점장은 "하노이와 호찌민, 2개 지점만 보유하고 있는 당행이 획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한 중요한 열쇠는 디지털 경쟁력"이라며 "현재 디지털 시스템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으면, 이를 위해 모행에 인력 충원도 요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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